사회적 차별은 격차를 부른다. 격차의 결과는 저변이 흔들릴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기 때 취약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 사회는 ‘차별 사회’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고 여겼을 때 한국 사회의 가장자리는 형편없이 무너졌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병동에선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중 7명이 숨졌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드러난 것이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경희대병원 교수)는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대남병원 폐쇄병동 입원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이들은 대부분 ‘장기 입원자’였다. 7명의 평균 입원기간은 7년6개월 안팎이다. 첫 사망자 ㄱ(63)씨는 대남병원에 20년 이상 입원했고, 7번째 사망자 ㄴ(62)씨는 20여년간 입원했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격리’ 조처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오이시디(OECD) 회원국들은 대개 입원 중심의 치료의 한계를 깨닫고 지역사회 안에서의 회복 치료에 무게추를 옮겼다. 일본과 한국 등 일부에서만 폐쇄병동 입원은 정신과 치료의 유일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차별적 인식과 편견이 커서다. 국립 정신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전문의는 “정신과 입원환자들은 의학적 이유로 입원하기보다 사회적인 이유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격리’라는 차별적 환경은 이들을 신체적 약자로 만들었다. 장기입원은 필연적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몇년의 폐쇄병동 생활을 하면 근육량이 감소되고, 오래 투여받은 향정신성 약물 때문에 움직임은 둔해진다. 물리적 구속과 화학적 구속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대남병원 감염 현장을 지원한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환자들의 신체 상태는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정신장애인들은 대개 경제적으로도 약자인 경우가 많다. 대남병원 입원환자 103명 중 84명(81.6%)은 의료급여를 받는 취약계층이었다. 코로나19로 숨진 7명 중 5명도 의료급여를 받았다.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의료수급자는 의료법상 일당 정액수가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정액수가제 아래에선 치료의 종류와 상관없이 매일 정해진 치료비만을 지원받는다. 올해 기준 1등급 병원은 하루 5만7400원, 5등급 병원은 3만900원이다.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 수가는 줄어, 361일을 넘어가면 5등급 병원의 환자에겐 하루 2만5900원의 치료비가 지원된다. 정신질환 입원환자의 치료가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대남병원에선 의사 2명을 포함한 12명의 의료진이 교대근무로 100여명의 환자를 24시간 돌봤다.
백종우 이사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정액수가제 정책엔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대남병원 사건 이면엔 비용을 줄이려는 정책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남병원의 비극은 결국 정신장애인들에게 사회적 격리를 명하고, 이들이 사람답게 살도록 지원하지는 않았던 한국 사회의 책임인 셈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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