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엔(n)번방 운영자와 회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법무부가 엔번방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가해자 전원을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엔번방이 조직적으로 운영됐을 경우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24일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행위는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미온적 형사처벌과 대응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지 못했다”며 “가해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형사 사법공조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처벌 사각지대를 없애고 중대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엔번방과 같이 디지털 성범죄 대화방을 개설·운영할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적극 관여자의 경우 범행 기간과 이원 및 조직, 지휘체계, 역할분담 등 운영구조 방식을 철저히 규명해 가담 정도에 따라 법정 최고형 구형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엔번방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범죄단체 조직죄’(형법 114조)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현재 보이스 피싱 범죄 등에 적용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평균 3년2개월형이 선고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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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사법공조도 강화한다.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기반으로 엔번방 운영이 이뤄지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서버와 주요 증거가 해외에 있을 경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 주요국과 체결된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 등을 토대로 범행을 반드시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현재 우리나라는 74개국과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을 맺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며 “과학수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해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소지 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고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을 실시간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대상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