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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바이러스는 사람 안 가린다” 코로나가 드러낸 인종차별 민낯

등록 2020-03-20 16:20수정 2020-03-21 02:37

이주민단체 ‘코로나19가 드러난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 열어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 차별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 차별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 유명 스파에서 누리집 팝업창으로 ‘외국인 입장 제한’이라는 안내문을 올렸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 여성이 한국에 산 지 몇년이 되었다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치 외국인 입장 제한이 감염 예방책인 듯 했어요.”

‘이주공동행동’과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이주민 관련 단체가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연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에서 나온 사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국인 등 이주민을 향한 한국인들의 혐오와 차별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는 증언이 속속 나왔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확신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께부터 이주민을 향한 혐오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림동 위험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림동에 확진자가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도 ‘중국인들이 검사를 일부러 받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냐’는 답을 듣기도 한다”며 “당사자들이 받게 될 상처는 어떨지 짐작도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출신자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즐겨 찾던 식당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일하던 곳에서 그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우리를 고위험군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업장에선 이주노동자들에게 외부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경기도 여주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2개월째 공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가면 자르겠다고 회사에서 위협한다고 한다. 천안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공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해 한달 반 동안 회사에서 못 나오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다 출퇴근하는데 이주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개인 위생용품 지급에서도 차별이 발생했다.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금천에 있는 한 회사는 한국 사람한테는 마스크를 주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하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활동가는 “외국인이 공적 마스크를 구하려면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직접 제시해야 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격이 없는 난민 신청자와 국외에 다녀온 뒤 체류 기간이 6개월이 넘지 않는 난민, 인도적 체류자는 공적 마스크를 살 기회를 차단당한다”며 “난민들은 ‘우리는 정부에게 사람이 아닌 거냐’, ‘나는 매일 공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듯 내국인과 이주민을 가리지 않는 평등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혐오와 차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 지급 시 이뤄지는 차별에 대해 “만일 지금처럼 공공 마스크 보급에서 이주민을 차별할 경우 세계가 한국의 대응을 민주적이라고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인종차별국가라는 오명을 안을 수도 있다”며 “이주민에게도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자격을 부여하라”라고 촉구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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