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참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안상호저축은행 인감은 증인이 조각한 것인가요, 아니면 몰래 가서 찍은 것인가요?”(변호인)
“인터넷에 있는 것을, 그냥 그림을 캡처하여 붙인 겁니다.”(김아무개씨)
허위 잔고증명서 작성 의혹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74)씨 쪽이 인터넷 캡처 방식을 통해 가짜 증명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의 부탁을 받고 직접 문서를 위조한 김씨는 위조 당시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회사에 감사로 등록돼 있었다.
19일 <한겨레>가 확보한 김씨의 증인신문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최씨와 동업자 안○○씨의 부탁을 받고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고 인정하며 ‘사문서 위조·행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 안씨의 변호인이 허위 잔고증명서에 날인된 은행 법인 인감의 출처를 묻자, 김씨는 “인터넷에 있는 그림을 캡처하여 붙였다”고 답했다. 김씨는 최씨의 고소로 기소된 안씨의 2심 재판에 2016년 12월 증인으로 출석해 위와 같은 증언을 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의 표창장 직인을 위조했다는 방식과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정 교수가 아들이 실제로 받은 표창장을 스캔한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식으로 위조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김씨의 증언을 보면, 애초 3월 말로 알려진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더 확장될 수 있다. 김씨는 증인신문에서 ‘(4장의) 잔고증명서 작성일자가 실제 그 무렵이냐. 그때그때마다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최씨가 관여한 허위 잔고증명서 4장에 적힌 작성일(2013년 4월1일, 6월24일, 10월2일, 10월11일)을 위조 시점으로 보면 올해 10월까지 문서마다 순차적으로 공소시효(7년)가 완성될 수 있다.
한편 이날 최씨에게 고소당해 2년6개월의 실형을 산 동업자 안씨가 의정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안씨는 검찰에 나오면서 “허위 잔고증명서 작성을 지시한 적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라고 말했다. 안씨는 최씨가 만든 잔고증명서가 거짓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최씨 쪽은 <한겨레>에 “수사 과정에서 안씨가 잔고증명서 문제를 먼저 제기했는데 잔고증명서를 빌미로 나의 약점을 잡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된다. 안씨가 나에게 잔고증명서를 만들게 한 것이 일종의 덫이었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또 “안씨가 나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고, 나를 속여서 잔고증명서를 받아갔고, 잔고증명서가 허위인 줄 몰랐다는 안씨의 주장이 거짓임을 검찰 조사에서 밝히겠다”고도 밝혔다. 최씨는 사건 관련해 변호인을 선임했고, 최씨의 아들을 통해 입장을 언론에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를 인지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당시 최씨의 잔고증명서를 믿고 돈을 떼였다는 피해자들이 최씨를 고소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안씨에게 수십억원을 주고 받지 못한 피해자였던 최씨를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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