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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과로·감염·피폭 걱정 ‘3중고’…대구경북 방사선사들의 힘겨운 한 달

등록 2020-03-18 19:53수정 2020-03-19 02:30

업무량 2배가량 늘어 쉴틈없어
방호복 위에 방사선차단복 입은 채
500㎏ 장비 끌고 음압병실 오가

“땀범벅에다 움직이기도 힘들어”
번아웃 위기…“인력충원 있어야”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방사선 촬영실에서 촬영을 준비 중인 대구의료원 방사선사 박진희씨. 박진희씨 제공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방사선 촬영실에서 촬영을 준비 중인 대구의료원 방사선사 박진희씨. 박진희씨 제공

“응급콜 왔어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구내식당에서 겨우 밥 한술 뜨던 2년차 방사선사 ㄱ(24)씨에게 다급한 연락이 왔다. 의료진이 방사선사에게 보내는 ‘응급콜’은, 중환자의 긴급 방사선 촬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바로 수저를 내려놓은 ㄱ씨는 서둘러 레벨D 방호복을 갖춰 입었다. 이 방호복만으로도 버거운데, 그 위에 방사선 피폭을 막는 차폐복도 덧입어야 한다. 둔해진 몸으로 동료와 함께 500㎏에 이르는 이동식 방사선 장비를 끌고 코로나19 음압병실로 향했다. 대구에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 한달여, 하루 200명 가까운 환자의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하느라 제때 못 먹고, 못 자고, 못 쉬는 건 ㄱ씨의 일상이 됐다.

18일 ㄱ씨를 비롯해 <한겨레> 취재에 응한 대구·경북 지역 방사선사 세명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한달간 이들의 업무량이 많게는 두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ㄱ씨의 경우 올해 1월만 해도 하루 평균 80명을 촬영했다. 폭증한 업무에 쉴 틈은 없다. 휴일 없이 3교대로 일하는데, 밤을 새워야 하는 당직도 일주일에 2차례씩 돌아온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 방사선사 박진희(57)씨는 “코로나19 이후 평소 수십건이던 방사선 촬영이 하루 평균 100건 이상이 됐다”고 전했다.

방사선사들의 업무가 이렇게 늘어난 건 폐렴을 유발하는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이다. 흉부를 방사선으로 찍었을 때 폐 쪽이 뿌옇게 보이면 폐렴 환자이거나 코로나19 환자일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증상은 없는 이의 진단을 정확하게 하거나, 폐렴을 앓는 코로나19 환자의 경과를 보려면 방사선 촬영이 필요하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코로나19 진단에 영상 진단 방법을 합치면 진단 정확도가 커진다”며 “흉부 방사선 촬영은 코로나19와 동반하는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서 중요한 진단 수단”이라고 말했다.

업무량 폭증보다 두려운 건 피폭 우려다. 통상 방사선 촬영은 피폭 보호가 잘된 방사선실에서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은 음압병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흉부 촬영이 필요할 땐 방사선사가 직접 이동식 장비를 가져가야 한다.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차폐복을 입지만 방사선사들의 업무량이 워낙 많다 보니 두려움까지 막을 순 없다. 박진희씨는 “차폐복을 입더라도 이동식으로 많은 환자를 촬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폭을 걱정하는 방사선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레벨D 방호복 위에 차폐복을 껴입다 보니 체력 소모도 크다. 박씨는 “방호복만 입어도 이미 땀범벅이어서, 두가지 옷을 입고 업무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ㄱ씨는 “기동성이 떨어져 일하기가 어렵다. 바쁘고 업무가 많으면 레벨D 방호복만 입고, 차폐복을 입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이들의 ‘번아웃’을 막으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대구·경북 지역 한 병원의 팀장급 방사선사는 “방사선 업무는 자원봉사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곳도 있어서 병원 내 방사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추가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용 대한방사선사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등으로 80명 이상의 방사선사가 자가격리됐다. 기존 인력이 빠져서 일손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코로나19 거점 병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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