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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전환·동성애 이유로…‘성별 분리’ 군대 등에서 더 심한 차별

등록 2020-03-17 04:59수정 2020-03-17 07:39

[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② 성소수자 차별
5년간 인권위 차별 진정
252건 중 245건 군·구치소서 발생
나머지 7건 중 5건은
대학 등 교육시설에서 벌어져

사회에서도 여전한 ‘차별의 벽’
외모·주민번호 보며 ‘수상하다’ 의심
“수술하고 이름 바꾸면
괜찮게 살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강민호(가명·24)는 3년 전의 좌절감이 아직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는 2017년 3월 어떤 잘못을 저질러 한 구치소에 입소했다. 오래 고민하다 겨우 1천만원을 모아 2016년 7월 유방과 자궁, 난소와 난관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고 성을 전환한 지 겨우 8개월 지난 시점이었다. 구치소 신체검사에서 한 교도관은 그의 몸을 신기한 듯 관찰하더니 “앉아서 다리 벌려봐라” “어린애 성기 같다” “발기는 되냐?” 등과 같은 질문으로 성적 모욕감을 줬다. 그뿐 아니었다. 구치소는 강민호를 ‘여성 수용동’에 배치했다. 속옷 등 지급품 역시 여성용을 줬다. 사전 상담 같은 건 없었다. 구치소 쪽은 강민호가 여전히 법률상 여성인데다, 그가 남성 수용동에 배치될 경우 성폭력 등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정작 여성 수용자들은 강민호를 보고 “남자가 왜 여기 있느냐”고 질문했다. 강민호는 제도와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었다.

구치소는 강민호의 건강 상태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구치소 직원에게 남성호르몬 치료 중단에 따른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여러차례 외부 진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수술을 하고 이름을 바꾸면 조금이라도 괜찮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무너졌습니다. 교도소에서 저를 여성 수용자라고 부를 때 저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어요.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해 몸에 힘이 없고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방에 있는 선풍기 전선에 목을 감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는 6개월 동안의 악몽 같은 수형 생활을 마치고 “성전환자라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트랜스 남성에게 남성호르몬 치료는 정체성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다. 영국과 미국 등 국외에서도 이미 호르몬 치료를 받던 경우 구금을 이유로 이를 중단하는 사례는 없다. 속옷까지 여성 의복을 지급하는 등 성소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구치소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인권교육과 개선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성별 분리가 철저한 폐쇄된 공간에서 더 극심하게 일어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차별 관련 진정 사건은 모두 252건인데, 이 가운데 244건은 군대에서, 1건은 구치소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7건 가운데 5건은 대학 등 교육시설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불허한 조처에 대한 진정이다. 군대와 구치소는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성별 분리를 철저히 제도화해둔 곳이다.

2017년 2월 있었던 육군의 동성 군인 간 성행위 관련 수사도 그런 제도와 편견이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육군본부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은 동성 군인 간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벌였다. 조사 과정에서 동성애자인 군인 14명은 동성 군인과의 성행위에 대해 낱낱이 캐묻는 온갖 수치스러운 질문에 답해야 했다. 피해자 ㄱ씨는 “수사 과정에서 ‘남자랑 관계하면 더 좋나요? 저는 여자랑만 해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성정체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수사 과정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다니고 있던 부사관 학교를 자진 퇴교한 피해자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질문들은 수사 목적상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이 성적 굴욕감이나 인격적 모욕감 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하고, 육군 참모총장에게 주의를 권고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인권위 사례가 아니어도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일은 최근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0~20대 여성들로 구성된 한 대학 연합 배구 동아리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성소수자를 ‘아우팅’(성소수자임을 강제로 알림)하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아리 탈퇴를 종용한 일이 대표적이다. 동아리 회장이 지난해 7월 이 동아리에 가입한 ㄴ씨에게 “들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동성(동성애) 그런 쪽이냐”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같은 걸 옹호하느냐”고 묻고 탈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ㄴ씨는 “또래 집단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동아리 회장은 이 사건 이후 동아리를 해체하면서 “동아리마다 상황과 여건이라는 것이 있고 특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마치 논알코올 동아리가 존재한다고 해서 술이 나쁘다는 명제가 성립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라고 밝혔다. 논알코올이라는 취향과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의 차이를 여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에서 차별을 경험한 강민호 역시 현실의 벽과 여러차례 마주했다. 그는 평소 외모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번째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관리자에게 ‘수상하다’는 의심을 여러번 받았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그는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 제도에서도 별다른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생의 입학 포기 과정을 보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와 같은 소수자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뿐이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왜 알지 못하는 걸까요.”

권지담 김민제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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