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충전기를 공용 충전기라고 착각해 사용했다면 절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ㄱ씨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 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처분 취소 결정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으로는 불기소처분이지만 유죄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ㄱ씨는 2018년 2월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 자리에 꽂혀있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빼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공부를 했다. ㄱ씨는 어머니가 기차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나가면서 충전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독서실 서랍 안에 뒀다가 다음날 돌려줬으나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헌재는 “ㄱ씨가 휴대전화 충전기가 꽂힌 책상이 특정 이용자에게 할당된 지정좌석이 아니라 비어있으면 누구든지 앉아도 되는 자유좌석으로 착오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좌석에 꽂혀 있는 충전기라면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독서실 공용으로 제공되어 임의로 가져다 사용해도 되는 충전기라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ㄱ씨가 충전기를 놓고 나간 곳은 자유석 책상 서랍이었으므로 이 충전기는 독서실 관리자의 지배가능한 장소적 범위 내에 머물러 있었다”며 “ㄱ씨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기소유예 처분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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