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대 총선 예비후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교사에게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청구인 ㄱ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ㄱ씨의 청구를 인용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립학교 교사인 ㄱ씨는 2016년 1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용산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예비후보가 거짓말한다’는 내용의 글과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은 이 행위를 같은 해 6월 열리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선거운동으로 보고 ㄱ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ㄱ씨는 이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헌재는 “게시 행위만으로는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의사가 명백한 행위로 보기 부족하고, 선거일에 임박해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과다하게 추가하면서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이례적으로 연달아 작성, 공유하였다는 등 그 목적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에 대한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며 “청구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함을 전제로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ㄱ씨와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20명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기소유예 처분도 잘못됐다며 취소 인용 결정을 했다. 당시 전교조 조합원 63명은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에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이들 중 22명을 기소하고 33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교사 중 21명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들 중 20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 취소 인용 결정을 했다. 헌재 관계자는 “1명은 게시한 글이 단순공유를 넘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원의 에스엔에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결정을 환영한다’는 자료를 내고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교사·공무원이 사적 영역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의미로 “개인 계정에 타인의 게시물을 단순 공유한 경우 그 행위만으로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 게시 행위가 선거운동인지 여부는 전체 게시물의 비중, 이전에도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을 게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도 선거와 관련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단순공유만 했다면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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