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고등학생인 두 딸에게 시험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아무개(5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각 정기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유출하고 그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하여 정기 고사에 응시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간접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현씨는 2017년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과 같은 해 2학기 중간·기말고사 모든 과목, 2018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인문계·자연계 전 과목 정답 등 5차례에 걸쳐 답안을 이 학교 재학생인 두 딸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1학년 때 종합석차 121등, 59등이던 두 딸은 다음 학기 5등, 1등으로 성적이 껑충 올랐다. 2학년 1학기에는 인문계·자연계 1등으로 올라섰다.

이후 두 딸의 아버지가 현직 교무부장임이 알려지면서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고,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씨와 두 딸은 범행을 부인하며 실력으로 성적이 올랐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에서 두 딸이 시험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정답 메모 등이 발견됐다. 현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현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현씨가 시험 출제 서류 결재권자로서 정기고사마다 시험지를 50분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있었고, 시험지를 넣어두었던 금고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다며 주말이나 초과 근무 시간에 금고를 열어 답안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두 딸이 정답 정정 전 정답을 적은 정황이 있고, 메모지에 적어둔 ‘깨알 정답’은 유출된 정답을 암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2심 재판부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금됨으로써 피고인의 아내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두 딸도 현재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라며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미성년자이던 두 딸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혐의를 계속 부인하자 검찰이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딸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상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