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돌봄서비스 노동자 코로나19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강미자(가명·57)씨에게 코로나19 확산 이후 권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남의 일이다. 86살 뇌경색 환자의 집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방문해 편마비로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를 부축하고 운동이나 목욕을 시키는 것이 강씨의 주된 업무다. 그러니 늘 감염에 취약한 고령의 노인과 밀접 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 재가요양보호사는 국가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갖춰야 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는 방문요양보호센터에 고용되어 있지만, 이들에게 감염 예방 대책 같은 건 주어지지 않는다. 최소한의 돌봄 도구인 마스크조차 별도로 지급되지 않아서 강씨는 요즘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마스크를 말려서 재사용하며 지내고 있다. “최근 겨우 2장을 새로 구했는데, 또다시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자구책을 찾아 직접 천 마스크를 만드는 요양보호사들도 있다. 고정임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지난 10일부터 업무를 마친 요양보호사 5명과 함께 매일 오후 5시에 모여 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집에 있는 미싱기 3대를 활용해 직접 구매한 천을 박음질하고 끈을 다는 작업이다. 이들은 대구와 같이 마스크가 더 절실한 곳으로 천 마스크를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 고 회장은 “일회용 마스크가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마스크를 빨아서 쓰는 요양보호사들이 많다”며 “정부가 마스크를 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11일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인천지부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천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제공.
11일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인천지부에서 요양보호사들이 만든 천마스크.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제공.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전국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돌봄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이 재가 방문 때 마스크와 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이용인의 서비스 기피로 근무를 못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18%가 ‘그렇다’고 답했고, ‘생계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5%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재가요양보호사 우미희(58)씨가 그런 경우다. 지난 9일 출근 직전 방문요양보호센터로부터 갑자기 “어르신 집에 가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용자 역시 고령의 감염 고위험군이어서 외부의 접촉을 꺼린 것이다. 다른 일터를 구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당장 벌이가 끊기게 생겼다. 우씨는 “혼자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할 줄 아는 건 요양보호사밖에 없고 당장 매달 100만원씩 나가는 생활비와 보험비 등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간병인 등 다른 돌봄노동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은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돌봄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서비스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전덕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등하교 지원을 받던 발달장애인들이 서비스 받기를 중단하거나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당분간 오지 말라고 하는 이용자들이 있어서 활동지원사의 수입이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