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등이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조 와해 사건 선고 공판 뒤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삼성전자 등은 1심 선고 뒤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항소심이 시작되자 노조와해를 주도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32명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선 1심에서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삼성 쪽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를 인정한 1심 판단과 달리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삼성그룹과 이 전 의장. 강 부사장 등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이날 “이 사건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당 미지급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해, 국회의원(심상정)의 문제 제기 뒤 노동부가 수시 근로감독에 착수하면서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모회사인 삼성전자는 (이런 논란에) 끌려간 것으로, 삼성그룹이나 전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 사망사고와 파업 등의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협력사 문제에 관여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방침과 노사전략이라는 키워드만으로 개별 피고인들의 담당 업무나 지시 내용 등을 따지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며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 쪽에 노조와해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쪽은 ‘불법파견’ 의혹도 부인했다. 삼성 쪽 변호인은 “전파상 시절부터 수십년간 독립적으로 운영된 협력업체를 삼성전자서비스 하부기관으로 판단한 1심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파견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수리기사를 직접 관리해 온 점 등을 근거로 협력사가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처럼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향후 ‘불법파견’ 여부가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 쪽 피고인들은 2018년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8700명을 직고용한 사례도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쪽은 “노조는 애초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 고용을 목표로 설립됐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이 사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수리기사 8700명을 직고용해 노조는 설립목적을 달성했지만 이 점은 양형 사유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 쪽은 지난해 12월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선고 뒤 삼성그룹과 삼성물산 공동명의로 1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 쪽은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며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2심 재판부는 오는 31일 공판준비기일을 따로 열어 증인 신청 등 재판 진행 계획을 세운 뒤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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