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나라 곳곳에서 성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육군 한 부대에서 병사와 간부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성금 모금 참여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1사단 예하 대대에서 병사와 간부들을 동원해 코로나19 성금 모금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인지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6일 육군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주민을 위해 육군본부 차원에서 자율모금한 성금 7억6천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보면, 육군 1사단 내 한 중대의 초급 간부들은 최근 돈을 모아 코로나19 성금 15만원가량을 마련했다. 하지만 모금액을 들은 대대장은 간부들에게 “모금 홍보를 제대로 안 한 것 아니냐. 다른 중대와 금액 수준을 맞춰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대 간부들이 2차 모금을 통해 50만원을 모았지만 이 대대장은 다시 “간부가 몇 명이나 되는데, 성과상여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개인주의가 왜 이렇게 심하냐. 너네 부대 수준은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결국 병사들까지 동원돼 3차 모금이 이뤄졌고 90만원가량의 금액이 모였다. 2, 3차 모금이 급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료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서 낸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해당 부대에서는 간부와 병사를 포함해 누가 얼마나 모금을 했는지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모금을 진행할 당시 하달된 공문을 보면, 연말정산 때 기부금 납입으로 처리하길 바라는 간부에 한해 소속과 성명, 납입금액을 정리해 제출하게 했는데, 이 부대는 간부와 병사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누가 얼마나 냈는지 기록해 내게끔 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국군 장병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본권을 제한당하면서도 시민의 안전과 부대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장병들의 얼마 되지 않는 급여를 강제로 갹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니 유감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예하 개별 부대에서 돈을 모금해 성금으로 지출하는 행위를 전면 재검토하고 성금을 강제로 모금한 해당 부대장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라”라고 촉구했다.
한편 육군본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이번 코로나19 성금 모금은 완전히 자율모금으로 진행이 됐고 자신의 봉급 전체를 기부했던 병사, 첫 근무지가 기억나서 기부한 간부도 있었다. 좋은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다. 다만 일부 부대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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