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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군 생활과 극단적 선택 사이 인과관계 있다면 보훈 대상”

등록 2020-03-09 09:29수정 2020-03-09 10:40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군 생활과 자살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어서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더라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보훈 보상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자살한 군인 고아무개씨의 유족이 경북 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및 보훈 보상대상자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14년 6월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고씨는 이듬해 5월 포상휴가 후 부대 복귀일에 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씨 어머니는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지만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했거나 구타·폭언 등 가혹 행위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고씨 어머니는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비대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보훈보상 대상자로라도 인정해달라며 예비적 청구를 했다.

1·2심은 보훈처의 결정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복무 생활로 고씨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했다거나 우울증이 악화해 자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고씨의 자살은 주로 개인적인 사정과 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해진 것으로 보이므로 보훈처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상관들의 질책 내용이나 정도가 고씨를 자살로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고 부대 내에서 구타나 폭행, 가혹 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고씨의 사망이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이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보훈보상 대상자는 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망인이 자살 직전 극심한 직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 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망인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의 사망과 직무수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보훈보상자법상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고씨의 유서, 과거 정신과 치료 기록, 육군훈련소 복무적합도 검사 등을 근거로 삼아 이런 판단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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