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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스크 생산 1위 업체 대표가 말하는 ‘대란’ 원인 세 가지

등록 2020-03-06 04:59수정 2020-03-06 17:40

1. “춘절부터 중국산 MB필터 안들어오고”
2. “대란눈치 유통업자 수천만장 빼돌리고”
3. “수출 제한 늦어…5억장 빠져나갔을 것”
국내 최대 마스크 생산업체인 ‘웰킵스’ 박종한 대표. 박 대표 제공
국내 최대 마스크 생산업체인 ‘웰킵스’ 박종한 대표. 박 대표 제공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번 사태는 어디에서 실타래가 꼬인 걸까. 지난 4일 국내 최대 마스크 생산업체인 ‘웰킵스’의 박종한 대표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마스크 대란’이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첫 번째 원인은 중국의 춘절 연휴(1월25일부터 31일)와 코로나19 확산 시기가 겹쳤던 점이다. 마스크는 원자재를 가공해 제품을 양산하는 단순한 공정을 따른다. 원자재 수급이 생산량을 결정짓는다. 마스크 원자재의 핵심은 특수 부직포 ‘멜트블론 필터’, 즉 엠비(MB) 필터인데, 엠비 필터의 70%는 국산, 30%는 중국산이다. 박 대표는 “보급용 저가 마스크들이 보통 중국산 원자재를 썼는데, 중국의 춘절 휴가가 이어지면서 엠비 필터 수입이 묶였고 이후에는 아예 중국에서 수입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마스크 완제품 수입도 막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원인은 국내 마스크 유통업자들의 노골적인 ‘탐욕’이었다. 마스크 중국 판로를 개척해 재미를 본 일부 유통업자들이 마스크 대란 조짐을 눈치채고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가 꺾이는 듯하던 지난 2월 중순 무렵 국내 마스크 수요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31번째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일부 유통업자들이 생산업체들에 부도덕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도덕한 제안’이란, ‘엠비 필터를 공급해줄 테니 생산된 마스크의 물량 20%를 따로 넘겨달라’거나 ‘개당 400원에 출고되던 마스크를 600~700원에 살 테니 물량을 전부 달라’ 등과 같은 것이었다. 웰킵스는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일부 영세업체들은 이런 제안에 응해 생산된 마스크 일부를 빼돌렸다. 박 대표는 “가격 폭등 조짐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자’는 태도로 물량을 빼돌린 업체들이 문제를 키웠다”며 “이런 시장 교란 상황이 2월 중순부터 열흘가량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하루 700만~800만장 정도의 마스크가 생산되었다고 추정하면, 폭리를 노리고 쟁여둔 물량은 수천만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부가 잇따라 검거하고 있는 매점매석 마스크 물량들이다.

세 번째 원인은 정부의 뒤늦은 마스크 수출 제한 조처다. 정부는 국내 확진자가 900명에 이른 지난달 25일이 되어서야 마스크 수출 제한 조처를 했다. 이미 일부 유통업자와 영세업체들이 마스크 물량을 빼돌린 뒤였다. 박 대표는 “원래 중국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내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월 말 이후 중국과 거래하는 업체들이 닥치는 대로 마스크를 사 가기 시작하며 400~500원 하던 수출가가 마지막엔 2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 말부터 2월 중순 무렵까지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무역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대행사들, 그리고 보따리 상인들이 주도한 마스크 매집으로 대략 5억장 안팎의 물량이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국내 확산세가 두드러지지 않던 때라 업체들도 별 문제의식 없이 재고를 이때 거의 다 털었다”고 말했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정부가 정확한 생산량과 물량 추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도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게 됐고, 불안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심리가 일었다. 박 대표는 “마스크 문제가 공정 이슈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 공급을 넘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필요한 사람, 더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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