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경보 심각단계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관련 학회 11곳이 지난달 중순 꾸린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범대위)가 대한의사협회의 공개 비난으로 인해 해체됐다. 의료계 내부에선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협이 나서서 소속 회원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의료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의협 대의원회는 중국발 입국금지 등의 이슈에서 의견 차이를 보여온 범대위에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뒤이어 최대집 의협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에 비선으로 자문하는 이들이 있다”며 범대위 참여 감염내과 전문의들을 비난했다. 범대위 해체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을 지역의료원 소속 의료진이라고 밝힌 인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사협회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멀쩡한 전문의들을 빨갱이로 몰아 전문성을 발휘할 국가 자문에서까지 배제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인은 “의협 집행부가 모든 의사 회원들의 품위를 심각히 손상하고 있다”며 “당장 모든 발언과 회무를 중단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의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당국이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공식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인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위기대응 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건당국이 그럴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관련 학회들이 나서왔던 것”이라며 “의협이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범대위를) 정치 집단으로 매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쪽은 “회원 수가 13만명이다 보니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 좋은 논의 구조를 짜 정부와 함께 방역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