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으로 법관을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법적으로 폐지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하나로 강조해 온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폐지되면서 ‘사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된 법관 관료화 문제를 씻어낼지 주목된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를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법안은 고법 재판부에 부장판사를 두고 부장판사만 재판장이 될 수 있도록 했는데, 부장판사를 두도록 한 조항이 삭제되고 ‘부의 구성원 중 1인’이 재판장을 맡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고법뿐만 아니라 지방법원과 지원, 가정법원과 그 지원, 행정법원, 회생법원, 특허법원에도 적용된다.
고법 부장판사는 지법 부장판사 중 소수가 승진하고, 이들에게 전용차량이 지급되는 등 사실상 차관급 대우를 받는 '직급 개념'으로 운영됐다. 법관을 줄세워 수직적인 서열 구조를 만들고, 법원행정처 등 요구에 취약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11월 고법 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약속했고, 지난해 2월 정기인사부터 고법 부장판사 신규 보임을 중단했다. 그러나 여태껏 법원조직법 개정이 안돼 직무대리 방식으로 재판장 결원을 보충해왔다. 한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에서 보듯 고등부장 승진을 앞둔 판사들이 법원행정처나 상관 요구에 취약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식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법 재판부가 부장판사와 배석판사가 아닌 대등한 경력의 판사들로 구성되면 지금보다 활발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은 내년 2월9일부터 시행돼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부터 적용된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게시망에 글을 올려 “법률 개정의 취지가 사법행정에 반영되도록 관련 규칙의 제·개정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고법 부장판사들은 직위를 유지한다. 논란이 되는 고법 부장판사의 전용차 지원 문제는 6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 4월 예정된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간다.
개정안에는 법관 비위 감시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윤리감사관직을 개방형 직위로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2025년 인천지법 북부지원과 창원가정법원과 지원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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