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대법관이 취임사에서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대법관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4일 취임식 없이 취임했다. 3일 퇴임한 조희대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기는 6년이다.
노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대법관과 법원 직원들을 상대로 한 취임사에서 “대법관 임명과정을 거치면서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며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절차를 통하여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법관은 “판결은 최종 결론 못지않게 그에 이르는 절차 또한 중요하다.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법정에서의 충실한 심리와 재판절차 안팎에서 법관들의 언행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결론에 대해 패소한 당사자도 자신은 비록 달리 생각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불가능한 이상론일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목표를 향해 고민하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법관은 판결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우리가 내린 판결이 당사자 간 분쟁에 대한 결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판결을 통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는 한편, 사회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예측가능한 법적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른 시대의 요청 또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법관은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의 ‘어느 법관의 심정’이라는 글을 인용하면서 “‘좋은 법관이기 이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친절하고 성실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말을 6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새기고 또 새기겠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 취임으로 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을 한 대법관은 대법관 14명 중 7명이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13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과반을 차지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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