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이 코로나19 감염 의료 현장에 보낸 간식들. 더드림교회 등 제공
서울 관악구에 있는 ‘더드림 교회’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뒤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이 교회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신자를 조사해 긴급 물품 구매로 이들을 도왔고, 일부 식음료는 국가 방역 기관에 전달했다. 사태 초반엔 마스크를 사 중국 우한과 충칭에 보냈고, 휴원을 결정한 학원 등에도 월세 지원을 했으며, 미혼모 가정에도 물품을 긴급 지원했다.
교회 쪽은 신자들에게 “계속 고민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각 실행 중”이라며 “지금 교회가 필요한 건 ‘희년 정신’”이라고 공지했다. 희년은 기독교에서 노예와 가난한 자의 빚을 사면하고 해방시킨 위대한 해를 일컫는다. 이 교회 신성관 목사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늘 해왔던 전통보다는 예수님이 알려주신 가치가 더 중요하고, 기독교적 가치의 우선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뿐”이라며 “긴급한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고, 세상을 같이 사는 구성원으로 연결된 응답”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신천지 예수교회 일부 신도가 방역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부 대형 교회마저 주말 예배를 강행하면서 개신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도우며 박애 정신을 실천하는 작은 교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 안양에 있는 ‘그저 교회’는 자취방이나 기숙사에 사는 대구 지역 대학생들에게 반찬을 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헌금을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교회 전인철 담임 목사는 “작은 교회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논의하다가 대구 학생들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에서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대구 지역 목사님들을 통해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신도들이 뜻을 같이해 반찬을 보내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치료 전선에 있는 의료진을 지원하기로 한 교회도 있다. 예하운 선교회는 명지병원 등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병원들에 성원 물품과 함께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 천안의 ‘빛과 소금의 교회’ ‘순복음 천안교회’ ‘천안 성문교회’ ‘은혜교회’ ‘예사랑 교회’는 당번을 정해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천안 소재 병원에 매일 간식을 보내기로 했다.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장 유영권 목사는 “교회 다니시는 분 중에 케이터링 업체를 하는 분이 있었는데, 여러 모임이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침울해 있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뜻이 맞았다”며 “그분들이 하는 일에 비하면 큰일이 아니지만, 매일 함께하는 마음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간식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드림 교회 신성관 목사는 “일본 사회가 ‘옴진리교’ 사태 이후 왜 탈종교화, 반종교화의 길을 가고 있는지 한국 교회가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종교적 가치의 본연으로 향해야 한다. 교회들이 먼저 대접하고, 행하고, 베푸는 가치를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김완 김민제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