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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구 지역아동센터 일제 휴원…배곯는 아이들 감염도 무방비

등록 2020-03-02 04:59수정 2020-03-02 12:54

갈 곳 잃은 위기 아동들 5000여명
돌봄 공백에 종일 굶다 겨우 한 끼
급식카드 신청도 여의치 않아
마스크 쓰지 않고 돌아다니기도
센터 교사 “아이들 생각하면 막막
확진자 나올까 봐 문 열지도 못 해”
아이의 뒷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의 뒷모습. 게티이미지뱅크
9살 여아무개양은 대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낮시간대 끼니를 해결한다. 한부모 저소득층 가정인데 보호자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해서 여양을 돌봐줄 여력이 없다. 그런 여양이 요즘은 아예 배를 곯고 있다. 지난달 18일 31번째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온 직후, 대구시는 지역아동센터에 일제히 휴원을 명했다. 오는 8일까지 휴원할 예정이지만 학교 개학이 추가로 2주 연기되면서, 센터 휴원 역시 2주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아동센터 대신 지정된 음식점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급식카드’가 있지만,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 여양 보호자는 이조차 신청할 여유가 없었다. 1일 대구시 지역아동센터 지원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여양과 같은 급식카드 신청 대상자 5200명 가운데 지역아동센터 휴원 이후 카드를 신청한 이는 515명밖에 되지 않는다. 갈 곳을 잃은 여양은 종일 결식하다가 보호자가 돌아오면 그때야 식사를 한다.

대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29명의 위기 아동을 돌보고 있는 이아무개 교사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걱정이다. “지난 27일 구청에서 마스크 70장을 지원받았는데 소형 사이즈만 줘서 너무 작기도 하고, 아이들은 마스크가 공적 지원된다는 사실을 아예 몰라서 쓰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확인하고 있긴 한데 막막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지역의 지역아동센터가 일제히 휴원하면서, 위기 아동들이 배를 곯거나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방과 후 돌봄 공백 시간에 찾아와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곳인데, 대구의 위기 아동 5161명이 이용하는 199개 지역아동센터는 현재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대구 지역 한 지역아동센터 교사는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지역아동센터까지 신경써달라고 할 여력이 없지만 당장에 마스크도, 밥 먹을 곳도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낼지를 생각하면 막막하다”며 “2주 더 휴원이 연장된다면 다음주부터 한계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었다가 확진환자라도 나오면 어떤 비난을 받을지 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결식이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의 급식 예산은 하루 한 끼, 1인당 5천원 기준으로 지원된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들은 한 끼 식사비를 쪼개 두 끼를 제공하고 있다. 역시 대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박아무개 교사는 “방학에는 아이들이 보통 오전 10시30분 정도에 와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데, 휴원 이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이 밥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긴급 행정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도 “급식카드를 신청하라고 공지하고 있지만 그나마 보호자가 있어야 할 수 있고, 낙인 효과도 있다”며 “보호자가 부재하거나 어르신들이 돌보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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