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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노이행 한국인 50여명 공항에 격리…“없던 병도 걸리겠다”

등록 2020-02-29 13:09수정 2020-02-29 14:29

28일 베트남행 비행기 탄 교민 50여명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억류돼
“샌드위치 1개, 우유 1개만 제공…이불도 없이 공항 바닥에서 자”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억류 아니고 검역 대기중”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내 사무실에 억류된 한국인들. 교민 김씨 제공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내 사무실에 억류된 한국인들. 교민 김씨 제공

지난 28일 한국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비행기를 탄 한국인 50여명이 24시간 가까이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억류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 한국의 대구·경북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격리한다는 베트남 중앙정부의 지침과 달리 한국인 전체를 격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민들과 관광객들이 혼돈 상태에 빠졌다.

29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는 이날 현재 50여명의 한국인이 억류돼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2∼3살 갓난아이 2명과 미취학 아동부터 70살이 넘는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전날 한국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탄 사람들로, 입국 직후 베트남 쪽으로부터 “14일 동안 수용소에 격리될 것”이라는 공지를 받고 공항에 억류된 상태다. 베트남은 지난 26일 오후 9시부터 대구·경북 거주자 또는 최근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14일 격리 방침이 통보된 건 이들이 대구·경북에서 왔거나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내 사무실에서 한 한국인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김씨 제공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내 사무실에서 한 한국인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김씨 제공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오후 2시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대기 중인 한국인 등의 모습. 김씨 제공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오후 2시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대기 중인 한국인 등의 모습. 김씨 제공

베트남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31)씨는 한국에 4일가량 머물다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길에 억류됐다. 김씨는 현지시간 28일 오후 2시30분께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가 베트남 쪽 관계자로부터 바로 여권을 압수당했다. 이후 구분된 장소 없이 공항 한쪽에서 10시간가량 머물다 베트남 사람을 포함한 600∼700명의 탑승객들과 공항 내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일부는 직접 비행기 표를 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김씨는 2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영사관 쪽에서 공항에 한 번 와서 베트남 쪽에 항의했다. 그랬더니 베트남 공안 쪽에서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남아 있을 사람은 이틀 정도 수용소에 격리되거나 자가격리를 하면 된다고 했다”며 “직장이 베트남에 있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남아서 2일 격리 지침을 따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 쪽은 곧 입장을 바꿨다. 29일 새벽 3시께 베트남 공안은 “군 수용소로 이동해 14일 동안 격리돼 있을 것”이라고 통보한 뒤 이들을 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해 군용트럭에 탑승하게 했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지나자 한국인은 다시 하차하게 한 뒤, 베트남 사람들만 군용트럭에 태우고 어디론가로 이동했다. 한국인들은 다시 공항 내 사무실로 이동시켰다. 이후 공항 관계자들은 “군 수용소가 가득 차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 외에 어떤 공지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공항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제지했다. 하루 동안 격리돼 있으면서 제공받은 식사는 샌드위치 1개와 우유뿐이었다. 억류된 이들은 이불도 없는 찬바닥에 누워 쪽잠을 청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꼬박 하룻밤을 새웠다고 한다.

김씨가 지난 28일 오후 2시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식사인 샌드위치. 29일까지 격리 하루 동안 유일하게 제공된 식사다. 김씨 제공
김씨가 지난 28일 오후 2시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식사인 샌드위치. 29일까지 격리 하루 동안 유일하게 제공된 식사다. 김씨 제공

지난 12일 가족이 있는 한국에 왔다가 전날 오후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고 28일 밤 베트남에 도착한 현지 교민 전아무개(76)씨도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억류가 될 것 같았으면 아예 한국에서 비행기가 안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오늘 오후에 코로나 검사를 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 먹지도, 자지도, 눕지도 못했고 입에 침이 마른다. 이러다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역시 “베트남에서는 가둬만 놓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 때문에 베트남에서 중국에 채소나 과일을 수출하지 못해 우리 한인들이 단체로 수박 등 과일을 대량 구매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등을 돌려 속상하다”고 말했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억류가 된 것은 아니고 검역 대기 중이다. 검역 뒤 자가격리를 할지 시설격리를 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베트남 정부에서 격리시설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들이 모두 나가서 검역 대기 국민들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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