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원 환자 및 의료진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청도/연합뉴스
보건당국이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된 채 코로나19 치료를 받아온 5층 폐쇄(보호)병동 환자 모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대남병원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자칫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7일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대남병원 환자 114명 중 폐쇄병동 환자 60명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남병원 환자 전체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26일에 18명을 증상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6명)과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옮겼다”며 “오늘도 19명 중 중증환자 4명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나머지 환자들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 25일 5층 폐쇄병동 환자들을 2층 일반병동으로 옮겨 치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세 이런 결정이 달라진 데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국립정신건강센터장과 국립중앙의료원장이 협의한 결과, 환자들을 안전하게 치료하려면 병원 안 폐기물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환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환자들을 전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5층 폐쇄병동뿐 아니라 2층 일반병동마저 환자를 치료하기엔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을 뒤늦게 내린 것이다.
폐쇄병동 환자 가운데 경증으로 분류된 60여명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될 예정이다. 국립 정신의료기관에서 신종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이 병원엔 코로나19를 치료할 내과 의료진이 없어 환자 이송을 하지 못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현재 내과 전문의 3명과 간호사 6명을 지원받았다”며 “환자 이송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다음주 초쯤엔 60~70명의 환자를 우리가 돌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지원 인력 9명으로 60여명을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감염병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병원 안의 종합적인 감염 관리를 책임질 전담 인력이 두명 이상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난 2015년 경기도는 감염내과가 없는 수원병원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전담병원으로 정하고, 안전 확보를 위해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들을 파견받은 적이 있다.
코로나19와 정신질환을 모두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두 분야 의료진 간 긴밀한 협업도 필요하다. 대남병원 환자를 이송받아 치료 중인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환자를 받자마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과 매일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환자가 원래 복용하던 정신과 약과 에이즈 치료제 같은 약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으니 이에 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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