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종로구청이 27일 오전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문중원 기수의 추모 농성장 천막 등 4개 단체가 설치한 천막 7개 동과 집회 물품 등을 강제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부터 공무원 100명과 용역 인력 200여명, 경찰 병력 12개 중대 등을 동원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광화문 일대 농성장들에 대한 강제철거에 돌입했다. 문 기수의 유족과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 민주노총 관계자 100여명이 지난 26일 밤부터 쇠사슬과 흰 천으로 몸을 묶어 농성장 주변을 에워싼 채 막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 가운데 2명을 연행했다.
고인의 아내 오은주 씨와 장인 오준석씨 등 유가족이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유가족과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철거 중 쓰려져 있다. 이정아 기자
앞서 종로구청은 지난 24일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며 “26일 아침 광화문 일대 천막들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가 시민대책위 관계자 등이 항의하자 다시 “27일 아침 7시에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시민대책위에 구두로 전달했다.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강제철거를 구두 통보한 종로구청 관계자가 ‘청와대가 철거하라는 입장이 강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소공원에는 고 문중원 기수의 운구차와 분향소 1동, 상황실 1동 등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서울 종로구청 공무원과 용역 인력들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뜯겨지는 비닐천막을 붙잡은 채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시민대책위와 연대 시민들이 농성장 앞에 누워 서로 팔짱을 끼운 채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날 강제철거를 앞두고 노동, 인권, 종교, 시민사회단체 등은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천주교인권위,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 28개 인권단체는 26일 긴급 성명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취급하는가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가늠자”라며 “생명을 중시하고 노동을 존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유족과 동료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인 분향소를 없애겠다는 것이 민주와 인권을 말하는 정부에서 할 일이냐”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도 ‘잔인하다 문재인 정권’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90일이 되도록 한국마사회가 죽인 이 억울한 죽음을 방치하더니, 억울한 죽음 앞에 이를 보호할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는커녕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공권력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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