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밖에서 바라본 병원안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구 달서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추호식 원장은 최근 하루 평균 20건의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다고 말했다. 상담이 끝나면 처방전은 환자가 정한 약국으로 팩스(혹은 전자우편)를 통해 보낸다. 원래 원칙적으로 전화를 통한 진료는 금지돼 있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보건당국이 지난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면서,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아직 시행 초기라서 지역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나온 대구·경북 지역은 다른 곳에 견줘 전화 진료가 활발한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화 진료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복잡한 질환을 진료하거나 증상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번 진료를 한 재진 환자들과 부작용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에만 전화 진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추 원장이 전화 진료를 한 환자들도 여러 번 진료했던 감기 환자(70%)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30%)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가벼운 감기의 경우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추 원장은 “평소 가벼운 감기는 약이 필요 없다고 안내하는데, 나이가 많은 분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증상 초기) 약을 먹지 말아야 경과 관찰이 더 잘될 수 있다고 하면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발열이나 기침·목 아픔 증상이 생길 경우 등교나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충분히 쉴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38도 이상 고열이 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콜센터(1339)·보건소로 문의하거나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화 진료는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질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원장은 “대구에선 당뇨 환자들이 버스·지하철을 이용해 병원에 오는 것도 (감염)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전화 상담 뒤 가족이 처방약을 대신 받아가면 움직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가정의학의도 “이전부터 치료를 받아온 고혈압·당뇨 환자 두명이 병원까지 오는 데 두 시간이나 걸리는 분들이라 전화 진료로 원래 복용하던 약을 처방했다”고 전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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