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자산운용사 대표 등 관련 업체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첫 재판이 26일 열린 가운데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오피스텔, 책값 대납, 선물 등을 먼저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유 전 부시장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요청으로 유 전 부시장의 친동생을 자신의 회사 경영지원팀 차장 직급에 채용한 것으로 알려진 자산운용사 대표 ㄱ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ㄱ씨는 법정에서 당시 정황을 묻는 검찰 쪽에 “유 전 부시장이 (동생의) 이력서를 주며 검토해달라고 했다”며 청탁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동생을 채용할 상황이 왔는데, 동생의 나이와 이력을 보고 차장급 직급을 새로 만들어 배치시킨 게 맞냐”는 질문에도 ㄱ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ㄱ씨의 회사에 아직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또 2015년 9월 유 전 시장에게 서울 강남구 소재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했다고도 주장했다. 항공권과 골프채 2개 등 선물 제공과 유 전 부시장의 저서를 대신 사들인 것 역시 유 전 부시장이 먼저 요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ㄱ씨는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그의 저서를 2차례에 걸쳐 100여권 구입한 뒤 구매대금을 유 전 부시장에게 보냈으며 미국에서 지내던 유 전 부시장 아내의 항공권을 대신 결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또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그가 지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을 대신 계약해주고, 보증금 2000만원과 약 7개월 동안의 월세 등 1천300여만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부시장 쪽은 ㄱ씨와 사생활을 공유하는 친분관계에서 이뤄진 일임을 강조했다. 유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ㄱ씨는 2103년께 유 전 부시장이 국무조정실 근무할 금융인 모임에서 지인의 소개로 알게됐다. 굉장히 오래 가족, 형제와 같이 알고 지내온 사이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소속됐던)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일을 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ㄱ씨에게 받은 금품과 유 전 부시장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뒤 처음 얼굴을 보인 유 전 부시장은 하늘색 수의에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나섰다. 유 전 부시장은 “존경하는 재판장님, 변호인과 검찰의 의견을 들었다. 제 생각은 변호인과 같다”고만 짧게 진술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판사의 질문에도 “이상입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유 전 부시장은 2016년께부터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금융정책국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금융업계 관계자 4명으로부터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유 전 부시장을 뇌물수수, 수뢰후 부정처사,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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