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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열 살짝 나면 집에서 경과 관찰…‘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하자

등록 2020-02-25 05:22수정 2020-02-25 12:47

감염·예방의학 전문가 긴급 좌담

첫 2~3일 바이러스 배출 가장 많아
감기와 비슷 경미한 증상 나타날땐
곧바로 병원 가기보다 이동 최소화
“집에서 불안 해소할 지원체계 필요”

필요 환자에게 적정한 치료하려면
환자 몰리는 병목현상 막는 게 중요
병상 1천개인데 환자 2천명 예상되면
퇴원기준 조정·자가격리 확대 등 필요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난 주말 이후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섰다. 2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가 출입자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난 주말 이후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섰다. 2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가 출입자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에 대비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린 23일 오후, 임승관(46)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과 김진용(45)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예방의학 전문의인 김종헌(40)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연구교수가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6층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코로나19의 특성을 토대로 방역대책과 시민들의 대처법이 어떻게 달라져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김진용 과장은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에 이어 또 다른 환자를 치료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경기도 코로나19 의료기관 대응 지원단장을 겸하고 있는 임승관 원장의 휴대전화는 좌담회 중에도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이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양상을 볼 때 전국적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금부터 힘을 쏟아야 하는 건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완화 전략’이다. 그러자면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안했다. 가정과 직장, 병원, 종교단체 등지에서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사람들이 서로서로 거리를 두자는 것이다. 발열·기침 등 경미한 의심증상이 있을 땐 먼저 가족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고, 회사·학교·교회 등을 가지 말아야 한다. 곧바로 병원을 찾기보다 경과를 지켜보고, 선별진료소를 거쳐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한다. 그에 앞서 시민들이 이런 행동수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왼쪽부터)과 김종헌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연구교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왼쪽부터)과 김종헌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연구교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증상 초기 바이러스 배출 가장 많아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증상 초기에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코로나19의 특성 탓이다. 김진용 과장은 “열이 난 뒤 2~3일,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다. 정작 폐렴이 생긴 이후엔 바이러스가 덜 나온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노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평균 잠복기는 4~5일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을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환자 자신도 코로나19를 의심하지 못한 채 무심코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이나 환자를 감염시킨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김 과장은 “열이 살짝 날 때부터는 ‘움직이지 않는’ 자가격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열과 기침 증상이 있다고 집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지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 과장도 “국내에서 감기 기운을 이유로 병가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아침에 열이 나면 병원 진단서 없이도 출근하지 않는 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특단의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 과장은 또 증상이 나타난 뒤 집에서 지내더라도 ‘불안’을 해소할 정부 차원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이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부터 찾으려는 심리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외국엔 발병 초기 감기 같은 증상일 때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나오니 병원에 가지 말고 차라리 집에서 4일 정도 버티라는 지침이 있다. 그러나 고위험군은 증상이 빨리 악화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이 생길 때 전화를 통한 의료상담 지원이 필요하다.”

■ 최근 갑작스러운 환자 급증 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4일 기준 833명으로, 전날보다 231명이 늘었다. 이렇게 환자가 급증하는 배경엔 예상치 못한 집단감염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종헌 교수는 “‘(재)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연구개발사업단 감염병 조기경보 과제 연구팀’ 연구 결과,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에게 바이러스 노출이 일어난 신천지 대구교회 유행(감염)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R0)는 7~10 정도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재생산지수란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7이라면 한 사람이 7명을 감염시키고, 이 7명이 각각 7명씩 모두 49명에게, 이 49명이 다시 또 각각 7명게게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천지 대구교회 사례를 제외한 국내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2~3 정도다.

김 교수는 “중국에서 들어온 개인이 가족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환자 수가 늘어나다 많은 사람이 모인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퍼졌고, 이 과정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각각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밀접하게 모이는 종교모임이나 예배, 교육 등을 중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나오는 까닭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집회 역시 위험 최소화를 위해 자제해야 한다. 실외에서 열리긴 하지만 다수의 참가자가 고령인데다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 체액 방울(비말)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집단 발병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을 배척하는 건 코로나19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 비난이 강할수록 환자 당사자는 숨으려 하기 때문이다. 또 감염병 유행 시기엔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 확산 지연시켜야 적정 치료가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더 큰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다. 감염 규모를 줄이고 확산 시기를 늦추는 완화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완화 전략을 명절 연휴 병목현상(큰 차로가 특정 부분부터 대폭 줄어들어 발생하는 교통체증 현상) 해소법에 비유했다. “차량 통행을 시간대에 따라 분산시키면 모두 다 이동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병원이 코로나19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환자 발생 시기를 지연시켜야 한다.”

완화 전략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도 동시에 치료하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김 과장은 “코로나19에 감염돼 호흡곤란이 생기는 경우 산소 공급이 필요한데, 산소가 있는 병원을 (국민) 5천만명이 동시에 갈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동시에 심근경색·복막염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관 원장도 코로나19 병상 확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병상 확보와 방역관리 대책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병상 1천개가 있는데 당장 다음주에 환자 2천명 발생이 예상되면, 퇴원 기준을 완화해 폐렴 증상이 지나간 환자들은 자가격리로 전환하고, 그래도 병상이 모자라면 초기 증상인 환자를 2~3일 동안 입원시키지 않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

■ 우리뿐 아닌 전세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

이들은 당장 적정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코로나19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김 과장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극복해야 할 ‘팬데믹’(전염병의 전지구적 대유행)이다. 어렵고 새로운 병이지만, 낙관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안할수록 마스크 쓰기나 손씻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환자가 증상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시기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호흡기 분비물이 나오는 코와 입을 모두 가려야 한다. 외출 뒤 집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비누에 든 계면활성제 작용만으로도 바이러스를 충분히 없앨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들이 ‘심각’한 코로나19에 맞서 입을 모아 강조하는 기본 자세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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