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대통령 측근의 ‘자리 제안’. 지난달 29일 검찰이 기소한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지난해 1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의 공통점이다. 검찰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당내 경선 불출마를 대가로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영사직 등을 제안했다는 의혹과 김 지사 사건의 구조가 비슷하다고 보고, 이를 수사와 공소유지에 참고하고 있다. 두 사건의 결말이 동일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그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댓글 작업을 한 ‘드루킹’ 김동원씨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 법원은 이를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면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김 지사가 드루킹 쪽 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를 추천한 일이 ‘선거운동과 관련이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는데, 재판부는 김 지사의 영사직 제안이 ‘댓글 작업’과 관련이 있고, 댓글 작업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선거운동으로 규정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중 자리 제안 의혹과 구조가 비슷하다. 검찰은 한 전 수석이 2018년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임 전 최고위원의 경선 도전을 포기하도록 했고, 그 대가로 영사·공기업 사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수석과 임 전 최고위원은 자리 제안이 지방선거 불출마 대가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리 제안이 실현 가능한 것이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김 지사 판결에서는 김 지사가 실제로 ‘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의례적이거나 사교적인 덕담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제안이었는지를 판단했고 모두 인정됐다. 한 전 수석도 임 전 최고위원에게 자리를 제안할 때 청와대 정무수석이어서 영사직이나 공기업 사장 등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다만 자리 제안 자체가 진정성이 있었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 전 수석은 지난 19일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임 전 최고위원과 저는 알고 지낸 지 20여년 된 편안한 사이”라며 “대화는 고민 상담 수준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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