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대구의 중심 도로인 달구벌대로 청라언덕역 부근이 차량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며 시민들은 다중이용시설의 출입이나 외출을 삼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오고 병원 내 감염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하루에만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53명(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 기준)이나 늘었다. 이로써 국내 확진자 규모는 모두 104명에 이른다. 정부는 전날과 달리,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뒤 방역대책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중대본 집계를 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에 견줘 53명이 추가로 발생했고 이 가운데 51명은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다. 밀집된 예배 공간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된 것으로 보이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닌 이들이 28명이다. 31번째 환자가 방문한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도 15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63살 남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인 19일 새벽에 숨졌으며, 사망 뒤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중대본 관계자는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확인됐는데, 의무기록과 영상자료 등을 분석하고 임상전문가와 검토를 거쳐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판단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전날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 2명이 확진되자, 환자와 직원 등 120명가량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전파자가 환자나 보호자인지, 병원 직원인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지만 병원 내로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왔다는 것이고 병원 내 노출 범위를 판단해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워온 문제다. 코로나19가 전파력이 강한 대신 환자들의 상태가 대부분 경증인 경우가 많았는데, 건강 취약군이 모여 있는 병원에서 감염이 번질 경우에는 환자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의료진이 감염되면 더 많은 환자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고, 진료를 볼 일손이 부족해져 최악의 경우 병원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보건당국은 대구·경북에서만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해, 31번째 확진자가 다닌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31번째 환자가 2월 초 청도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당시 청도 대남병원 등에 두 발생 사례와 공통적으로 연계된 감염원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청도 대남병원 환자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포함한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신천지예수교 교주의 형이 지난달 말 대남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뒤 같은 병원에서 장례를 치렀는데 그때 중국 지회 쪽 관계자가 왔을 가능성이 있고 31번째 환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보건당국도 전날보다 긴장감이 고조된 분위기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현재는 해외에서 유입되던 코로나19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위기 경보를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할 것인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위기 경보를 올릴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주무부처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좀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1일 오전 8시에 확대 중수본 회의를 열어,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책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현재 국내 확진자 104명 가운데 16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사망자 1명을 제외한 87명은 격리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수지 박현정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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