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판사 7명에 대해 ‘재판 복귀’ 결정을 내렸다. 이들 중 4명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항소심이 이어질 예정이고 3명은 아직 1심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 대법원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게 때이른 면죄부를 주고 재판 불신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17일 공지를 통해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된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부장판사와 이민걸·임성근·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7명이 오는 3월1일부터 재판부로 복귀하도록 인사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이 열릴 서울고법 소속이던 이민걸·임성근·신광렬 부장판사는 각각 대구고법, 부산고법,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원래 소속 법원으로 복귀한다. 이들은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지난해 3월부터 오는 29일까지 재판업무에서 배제돼 국내외 사법 분야를 연구하는 ‘사법연구’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이들은 복귀하면 서면심리, 조정 총괄 업무 등을 맡고 변론이 오가는 재판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정책연구원으로 가는 신 판사도 재판을 맡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들의 사법연구 발령 기간 연장이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사법연구 발령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진 잠정적인 조치”라며 “사법연구 기간이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은 신광렬·성창호·조의연 판사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임성근 판사는 각각 지난 13, 14일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민걸·심상철·방창현 판사는 아직 1심 재판도 받지 않았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임성근 판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재판부가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다.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의 재판을 받는 국민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까”라며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판사들에게 벌써 재판을 맡긴다면 이들을 애초에 왜 배제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들에게 계속 월급을 주면서 사법연구를 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재판을 하게 하면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판도 있지만 법적 근거 없이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이 헌법의 ‘법관 신분 보장’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며 “두 주장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과 함께 기소돼 사법연구 중이던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8월31일까지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된다. 지방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던 이 부장판사가 기간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리 장예지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