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TF) 사장을 14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6월 출석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검찰 등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오전 정 사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에 관여했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데 참여했던 그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에 관해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회사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는 방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의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 사장은 합병 과정에서 ‘키맨’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이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핵심인 인사지원팀장을 지냈다. 2017년 2월 미전실이 해체된 뒤 사업지원티에프를 맡아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사업지원티에프는 미전실의 후신으로 불린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자료 증거인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그가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의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삼성 임직원 8명은 이미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 재판을 받았다. 이왕익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은 징역 2년,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부사장과 박문호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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