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의 예산 1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재봉(62) 전 아산정책연구원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이정민)는 아산정책연구원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함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13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법인(아산정책연구원)의 대표자임에도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장기간에 걸쳐 반복된 범행으로 피해 법인의 재정상황이 악화됐고 총 피해액은 9억5천만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액을 변제해 피해 법인의 피해가 복구된 점, 피해 법인과 지인 및 학계 인사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민간 싱크탱크인 피해 법인의 외연 확장 등에 기여한 점, 과거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함 전 원장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약 9년 동안 아산정책연구원 예산 9억5000만원가량을 가족의 국외여행 비용이나 자녀의 유학비용 등을 대는 데 쓴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함 전 원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난 뒤인 지난해 7월17일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함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피고인은 법인 예산을 가족의 국외여행이나 유학비용에 사용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해 변제가 대부분 이뤄진 점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함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 전 원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네스코 본부 사회과학 국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2010년에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아산정책연구원장으로 일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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