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 헐값발행·편법증여 관련 회계법인 3곳 압수수색
[기자] “실권한 경영 상의 이유가 합당한지 아닌지 살펴보려고 압수수색한 것인가?”
[검찰 간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지말고. 의미를 새겨보세요.” 삼성에버랜드(옛 중앙개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및 편법 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4일 ㅅ회계법인 등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해 삼성 계열사들의 회계자료를 확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차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좀더 고차원적인 목적”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이다. ‘고차원적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 7~8곳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3개 회계법인에서 시디(CD) 10개와 20여개 상자 분량의 회계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며 “대검 회계분석팀의 지원을 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볼 수 있어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며 삼성 계열사들을 직접 압수수색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자료분석에만 1~2달 걸릴 듯
분석 끝나면 삼성 총수 일가 소환조사방침 검찰은 삼성에 요청해 받은 자료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1~2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이 끝나면 삼성그룹 총수 일가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이건희(64) 삼성 회장과 홍라희(61)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홍석현(57) 전 중앙일보 사장 등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용(38) 삼성전자 상무는 고발 대상에는 빠졌지만, 전환사채 헐값 증여에 따른 수혜자이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이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혐의(배임)로 허태학(62) 사장과 박노빈(60) 이사에 대해 유죄판결을 한 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는 ‘공모’ 관계를 규명하는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전환사채 발행 및 인수에 관련된 실무자들 40여명을 참고인 조사했다”며 “33명의 피고발인들도 거의 조사해 삼성 일가를 제외한 사람은 거의 다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현명관(65)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은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로 보기 때문에 부르지 않았다”며 “최종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바로 불러서 조사하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료를 모아서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총수 일가를 일찍 소환해봤자 “몰랐다”는 진술을 계속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추궁할 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부르겠다는 얘기다. 검찰 “물산과 중앙일보가 CB 포기한 이유 등은 지엽적인 문제” 검찰 관계자는 “회계자료 분석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고 더 이상 조사할 방법이 없다”며 “이전에 조사한 것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과 중앙일보 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경영 상의 이유가 합당한지 등을 보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깎아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 대상에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때 실권한 삼성물산과 중앙일보, 제일모직 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이 회장의 큰아들 이재용씨로 상속되는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는 말이다. 에버랜드 주주 계열사들은 경영의 어려움 등으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런 이유들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입증할지 주목 검찰은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확보해 1대 주주가 된 뒤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을 승계해주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했고, 이에 따라 계열사들이 전환사채를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검찰이 밝혀내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용씨 등 이 회장 자녀들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자금은 모두 이 회장의 개인 돈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나의 계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겨레> 사회부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검찰 간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지말고. 의미를 새겨보세요.” 삼성에버랜드(옛 중앙개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및 편법 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4일 ㅅ회계법인 등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해 삼성 계열사들의 회계자료를 확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차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좀더 고차원적인 목적”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이다. ‘고차원적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 7~8곳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3개 회계법인에서 시디(CD) 10개와 20여개 상자 분량의 회계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며 “대검 회계분석팀의 지원을 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볼 수 있어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며 삼성 계열사들을 직접 압수수색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자료분석에만 1~2달 걸릴 듯
분석 끝나면 삼성 총수 일가 소환조사방침 검찰은 삼성에 요청해 받은 자료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1~2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이 끝나면 삼성그룹 총수 일가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이건희(64) 삼성 회장과 홍라희(61)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홍석현(57) 전 중앙일보 사장 등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용(38) 삼성전자 상무는 고발 대상에는 빠졌지만, 전환사채 헐값 증여에 따른 수혜자이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이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혐의(배임)로 허태학(62) 사장과 박노빈(60) 이사에 대해 유죄판결을 한 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는 ‘공모’ 관계를 규명하는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전환사채 발행 및 인수에 관련된 실무자들 40여명을 참고인 조사했다”며 “33명의 피고발인들도 거의 조사해 삼성 일가를 제외한 사람은 거의 다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현명관(65)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은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로 보기 때문에 부르지 않았다”며 “최종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바로 불러서 조사하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료를 모아서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총수 일가를 일찍 소환해봤자 “몰랐다”는 진술을 계속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추궁할 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부르겠다는 얘기다. 검찰 “물산과 중앙일보가 CB 포기한 이유 등은 지엽적인 문제” 검찰 관계자는 “회계자료 분석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고 더 이상 조사할 방법이 없다”며 “이전에 조사한 것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과 중앙일보 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경영 상의 이유가 합당한지 등을 보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깎아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 대상에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때 실권한 삼성물산과 중앙일보, 제일모직 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이 회장의 큰아들 이재용씨로 상속되는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는 말이다. 에버랜드 주주 계열사들은 경영의 어려움 등으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런 이유들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입증할지 주목 검찰은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확보해 1대 주주가 된 뒤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을 승계해주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했고, 이에 따라 계열사들이 전환사채를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검찰이 밝혀내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용씨 등 이 회장 자녀들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자금은 모두 이 회장의 개인 돈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나의 계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겨레> 사회부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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