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보험 약관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천아무개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천씨는 2016년 3월 아들이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사망하자 보험 계약을 맺은 메리츠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같은 해 6월 ‘천씨의 아들이 보험계약시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자의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천씨 아들은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계약 당시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표에 ’아니오’로 답했기 때문이다. 천씨는 ‘오토바이 운전으로 인한 사고 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사망보험금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계약자의 고지 의무와 보험사의 설명 의무 중 무엇이 우선인지가 쟁점이 됐다. 1·2심과 대법원은 보험사의 설명 의무가 더 중요하다며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 모집인이 오토바이 운전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 적이 없다고 명확히 진술하고 있다“며 “원고에게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고지 의무가 있다는 점 등에 관해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특별약관이 부가돼야 한다는 사실,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과 관련해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해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