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을 받들어 설립된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회’의 유홍준 위원장(전 문화재청장·왼쪽 두번째)이 6일 오전 안병욱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왼쪽 세번째)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맨 오른쪽) 등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김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장)가 문재인 대통령을 “태극기 뱃지를 못다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총선을 앞두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으로 대중에 인지도가 높은 유 전 청장을 사칭한 ‘가짜 뉴스’(조작적 허위정보)가 돌고 있다. 해당 표현물은 ‘유홍준’이라는 사람이 쓴 ‘태극기 뱃지를 못다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가장 불쌍한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시작하는 이 인터넷 게시물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채워져 있다. 글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애국가도 마음대로 못부르고 다닌다”며 그 이유가 “주변에 자유 대한민국보다 북한과 중공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국제무대에서 배알없고 비굴하기 짝이없는 바보같은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거나 “매일 신바람이 나서 국민세금 물쓰듯 쓰고 배우자의 옷패션을 자랑삼아… 유람다니고, 갔다와선 피곤하다고 휴가가면 쓸데없는 잡서만 읽고 이를 자랑질하고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비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글이 유홍준 교수의 글로 오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말 이런 글을 썼느냐’라는 연락을 받는다”라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여기저기 발송되는 것 같은데 이런 가짜뉴스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글은 실제 유 교수와 같은 이름의 다른 인물이 썼다고 한다. 이 글이 처음 모바일 메신저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께부터다. 당시 주변의 오해가 심해지자 유 교수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 교수를 대리해 수사를 의뢰했던 연구실의 박효정 연구원은 “수사 결과 유홍준이라는 동명이인의 글로 확인됐다”며 “당시 당사자가 ‘이 글을 잘못 유포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동안 공유가 잠잠했던 이 글이 총선 때를 맞아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다시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 3자가 ‘유홍준은 노무현 정부 때 문화재청장을 지낸 사람’이라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유홍준 교수의 사진을 함께 덧붙여 공유하면서 유명인인 유 교수가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오인 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유홍준씨의 글이 인터넷에 게시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그럴 방법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마치 유 교수의 표현인양 오도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해 이를 공유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본래 글에 사진 등 다른 내용이 덧붙을 경우 그것은 별도의 표현물로서 명예훼손 등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 쪽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물에 대한 포털 신고 및 고발 등에 대해 검토중이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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