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씨가 지난 2017년 2월24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정농단’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51)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41)씨가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광고사 지분 강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씨에 대해 6일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재판부는 삼성그룹을 압박해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와 김종(59)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상고심도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들 혐의 중 강요죄 부분을 유죄로 선고한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범인 최씨 등의 강요죄를 무죄라고 판단한 취지와 같다.
대법원은 차씨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이 그 지위에 기초하여 이익 제공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 평가할 수 없다“며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등에게 특정인의 채용·보직 변경과 특정업체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나 문화체육관관부 2차관의 지위에 기초해 기업 대표 등에게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요죄 부분이 아닌 다른 유죄 부분은 원심 판단을 따랐다. 차0씨와 함께 기소된 송성각(62)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징역 4년, 벌금 50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차씨는 포스코가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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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는 장시호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