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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내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 아직 없어…의료체계 따라 치명률 달라”

등록 2020-02-06 05:00수정 2020-02-06 07:10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단독 인터뷰]

환자가 느끼는 증상 미미해도
CT 등 통해 폐렴 나오는 점 특이
확진자 치료 ‘주치의 합의' 중요

메르스 때 값비싼 대가 치르고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제자리
“평소 훈련안된 의료진 투입 못해”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확진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관 의료진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확진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관 의료진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치료와 회복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럴 개연성은 극히 적다. 의료진들을 믿고 지켜봐 달라.”

지난 4일 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난 정기현(64) 원장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관련 상황을 점검하는 보건당국 쪽과 시시각각 상황을 공유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타이(태국)에서 들어온 국내 16번째 환자가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정 원장은 그럴수록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중추 의료기관이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2번째 환자가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3일째인 5일 퇴원했고,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인 13번째 환자도 치료를 받고 있다. 정 원장은 같은 감염증이라도 발병 환자의 특성이나 의료체계, 사회문화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치명률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자 증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증은 없어 중국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중국 내 환자와 중국 밖 환자는 동일한 여건에 있지 않다.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의료 시스템 등 전반을 살펴볼 때 지금 정도의 상황이라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추정이라는 전제로 “중국에선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방치했다가 급성호흡부전증후군이 오니까 손을 쓰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입원 중인 13번째 환자의 경우 의료진을 먼저 찾을 만큼의 심각한 자각 증세는 없었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교민 모두에게 실시한 진단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와 컴퓨터단층촬영을 해보니 폐렴이 있었다는 것이다.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증상과 병의 중증도에서 차이가 나는 특성은 다른 국내 환자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국내 감염 확산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정 원장은 “앞으로 중국에서 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우한 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23일부터 2주째가 되는 5~6일 이후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 유학생 입국을 늦출 수 있도록 대학 개강을 한 달 정도 미루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보건당국에 했던 것도, 바이러스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국내 2번째 환자가 시티실로 옮겨지는 모습. 이 환자는 1월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3일째인 5일 퇴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달 25일 국내 2번째 환자가 시티실로 옮겨지는 모습. 이 환자는 1월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3일째인 5일 퇴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정 원장을 만난 4일 밤에는 이미 2번째 환자의 퇴원이 결정된 뒤였다.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시행한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뒤에도 한 차례 더 검사를 시행해 음성이 나왔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국내 환자의 첫 퇴원은 인천의료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명지병원·서울의료원 등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수차례 진행한 콘퍼런스를 통해 합의한 결론이다. “지금은 중국 환자가 많아 퇴원에 관한 기준도 중국이 정한 것이다. 국내 환자 특성에 따라 정확히 평가하고 퇴원을 하느냐 마느냐 결론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주치의의 컨센서스(합의)다.”

현재 환자를 돌보는 주치의마다 치료법이나 투여 치료제가 다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의사도 잘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들 견해를 하나로 모아가고 있다”며 “검역과 방역도 열심히 하는 한편, 전문가들이 임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을 정부가 공식화해야 국민의 불안감이 줄어든다. 빨리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는 여건을 마련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환자 주치의를 비롯해 관련 학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신종 코로나 감염증 중앙임상티에프) 구성을 주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 재직하는 전문의 120명은 감염증 환자를 돌보기 위해 차례로 야간 당직을 선다. 개인 보호구(가운·장갑·고효율 마스크·안면 가리개 등)를 착용한 상태에선 물을 마실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의사 1명의 진료 시간은 최대 2시간에 불과하다. 13번 환자는 신관 8층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머물고 있다. 감염 전파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8층 병실을 모두 비웠다. 7층 병실마다 이동식 음압기(병원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다급하게 설치해 선별진료소를 거쳐 검사 대상자가 된 이들을 머물게 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이 지금껏 제자리걸음인 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감염병 환자에 대한 진료·검사법과 자원관리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의료진이 개인 보호구를 입고 벗는 것조차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 감염관리 훈련이 안 된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치료에 투입하지 못한다”며 “임신한 여성이 의심증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겠나.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훈련과 교육을 진행할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중국 우한 교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텐허공항으로 간 국립중앙의료원 의사·간호사들이 검역 관리를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중국 우한 교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텐허공항으로 간 국립중앙의료원 의사·간호사들이 검역 관리를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중국 우한 교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텐허공항으로 간 의료진들의 뒷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중국 우한 교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텐허공항으로 간 의료진들의 뒷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중국 우한에서 김포공항 입국 뒤 의심 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격리된 우한 교민들이 음압 구급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하는 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중국 우한에서 김포공항 입국 뒤 의심 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격리된 우한 교민들이 음압 구급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하는 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 2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새벽 6시 짐을 꾸려 병실 밖으로 이동하는 우한 교민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 2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새벽 6시 짐을 꾸려 병실 밖으로 이동하는 우한 교민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 2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임시거주시설로 향하는 우한 교민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지난 2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임시거주시설로 향하는 우한 교민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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