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2번째 확진환자가 처음으로 완쾌해 퇴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해당 환자의 주치의였던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왼쪽 둘째)가 퇴원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근 타이와 국내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에게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투여했다. 에이즈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치료에 쓰인 이유는 뭘까?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신종 코로나에 걸린 일부 환자가 에이치아이브이 치료제로 상태가 호전된 것은 맞지만 아직 그 효과를 검증하기엔 매우 이른 시점이다. ‘신종 코로나’라는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균이다. 당연히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과 함께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쓰고 있는 상태다. 각국이 여러 항바이러스 약물을 환자 치료에 써보다가 에이즈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감염 증상을 완화시킨 결과를 목격한 것은 아직까지는 ‘우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에이치아이브이 치료제로 불리는 ‘로피나비르’라는 약물은 에이치아이브이가 바이러스 증식에 이용하는 효소의 활성을 막는 구실을 한다. 로피나비르는 ‘리토나비르’라는 약물과 혼합돼 ‘칼레트라’(Kaletra)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타이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인 70대 중국인 여성에게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르(타미플루)와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칼레트라를 투여했고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감염이 확인돼 병원에 입원한 뒤 열흘 동안 계속 신종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이던 환자한테 에이즈 치료제 등 혼합 약물을 투여하니 48시간 만에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국내 보건당국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1번째, 4번째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실제 첫 확진자인 30대 중국인 여성은 열이 최고 38.9도까지 올랐지만, 입원 및 격리된 뒤 11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며칠 뒤엔 호흡곤란이 개선되고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는 폐 병변이 감소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 역시 칼레트라를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 치료를 위해 투여하고 있다.
일부 환자에게 투여한 칼레트라가 신종 코로나 감염 증상을 완화시켰지만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써볼 수밖에 없다”며 “다만 효과를 입증했다고 하려면 일정 인원 이상의 환자한테 약물을 투여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칼레트라를 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등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