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퍼즐 앤 드래곤’ 이미지. 네오싸이언 누리집 갈무리
‘퍼즐 앤 드래곤’은 꽤 오래된 모바일 게임이다. 일본의 게임서비스사인 겅호에서 2012년 초에 출시했고, 한국에서도 2012년 말부터 서비스했다. 내가 이 게임을 처음으로 했던 것은 2013년이었다. 석사 논문을 쓰다가 반쯤은 홧김에 사버렸던 아이패드2로 게임을 하느라 손목이 시큰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게임은 퍼즐게임이고, 동시에 드래곤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신, 용, 괴물 들이 있고, 순수하게 창작된 캐릭터들도 있으며, 다른 매체들에 등장했던 유명 캐릭터들이 콜라보(컬래버레이션)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작 드래곤들의 활약이 미약해지고, 콜라보 캐릭터들의 전성시대가 되는 바람에 일부 유저들은 비꼬는 의미로 ‘퍼즐 앤 콜라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몬스터들을 데리고 던전에 들어가 나타나는 적 몬스터들을 퍼즐로 무찌르는 것이 게임의 흐름이다. 지금은 제법 익숙해진 방식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이 게임의 수익원은 퍼즐이 아니라 드래곤과 몬스터다. 적절하고 강한 몬스터가 없다면 퍼즐만 잘하는 것으로는 게임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사람들이 얻고 싶어 하는 몬스터들의 뽑기 확률은 대체로 1%대이거나 때로는 그 미만이다. 그리고 이 몬스터들은 마법석이라고 불리는 게임 내 유료 화폐로 뽑는다. 물론 이게 특별히 고약한 조건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소수점 아래로 빼곡하게 붙은 0을 자랑하는 확률의 게임들이 이미 즐비하기 때문이다.
2016년 즈음에 게임을 한번 그만둔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좌절감 때문이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의 패턴을 뚫지 못하는 가운데 그 몬스터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몬스터가 좀처럼 뽑히지 않아서라는 이유다. 이 좌절감은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엔딩이 없고 서비스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영원히 이어진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에 쉽게 만족해버린다면 사람들은 게임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고, 게임도 회사도 강제로 끝이 난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회사는 사람들이 넘어야 할 새로운 장벽들을 제공하고, 기존에 가진 것들로는 그것을 쉽게 넘을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니 어떻게 기존에 이용자들이 쌓아왔던 것들을 무로 돌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돈을 쓰면 그것을 넘어갈 수 있게 만들어두고, 그 메시지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것도 운영의 묘수다. 조삼모사와 조2.5모4.5 같은 차이랄까.
‘퍼즐 앤 드래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네오싸이언
이런 좌절감의 비즈니스가 더 불타오르기 위해서는 유저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거의 모든 게임들이 다른 유저와의 협력이나 경쟁을 지원하고, 게이머를 혼자 두지 않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의 인기 모바일 게임들은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원하는 캐릭터를 얻고, 다른 이용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유료 아이템을 사야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게임의 구조에서 성취감은 게임의 매출을 좌우하는 극소수의 헤비 과금러들의 몫이고, 그 밑으로는 좌절감의 피라미드 같은 것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런 쩐의 전쟁에는 큰 흥미를(아마도 쓸 돈이 별로 없어서였으리라) 느끼지 못한지라, 가산을 탕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사실 ‘퍼즐 앤 드래곤’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게임이 유저 간의 관계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어놓지 않아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게임에 얼마 안 되는 돈을 썼던 때는 모두 뭐가 잘 안 될 때였던 것 같다. 이렇게 돈을 써서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던 적도 별로 없었다.
게임이 너무 쉽게 성취감을 준다면 오히려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모바일 게임들이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좌절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모든 산업적 이해가 결국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만든다’로 수렴한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때에는 충분한 주의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들어내는 것은 불쾌함뿐일 것이므로.
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