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매일 ‘우한 일기’ 게재 일부 일탈과 공황 있지만, 대체로 정돈된 모습 보이고 있어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시민들의 이동이 통제되며 문을 닫는 우한의 상점들이 늘고 있다.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ㅈ씨 제공
“봉쇄는 공황을 가져왔고, 공황은 사람들 사이의 고립을 심화시켰습니다. (중략) 하지만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을 연결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 사람들을 위해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하겠습니다. 함께 연결점을 구성합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ㅈ씨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우한 일기’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정보마저 차단된 우한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우한 바깥에선 우한 내부의 사정을 전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불신과 괴담에 기반한 포비아적 상상을 담은 가짜뉴스들이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한에 갇힌 ㅈ씨가 올리고 있는 일기에 묘사된 도시의 모습을 보면, 문을 닫은 상가들이 많고 마트에 일부 칸들이 비어 있지만, 도로 청소도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상점 등을 약탈하는 무질서한 행위도 없이 비교적 정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통제와 그로 인한 외부와의 단절로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의 잃지 않고 함께 고난을 이겨나가려는 공동체 정신도 엿볼 수 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줄을 서 있는 우한 시민들. 쌀과 야채가 놓여져 있던 진열대 일부가 비어있다.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ㅈ씨 제공
지난 27일 한 우한 시민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ㅈ씨 제공
지난 27일 올린 일기를 보면, ㅈ씨가 시내에서 우한의 환경미화원과 서비스 노동자 8명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자들은 ㅈ씨에게 감염 예방을 위해 “한 번에 20개의 마스크를 받았거나 최악의 경우 2개의 마스크를 지급받았다”고 전한다. 그들은 “기본적인 보호 보장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점차 “소독제, 재사용 가능한 보호 장갑, 일회용 장갑 등도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ㅈ씨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3개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그들에게 주었다”며 “정보를 공유했고 도시의 작동을 유지하는데 소홀한 집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ㅈ씨는 또한 27일 밤 8시께에는 우한 시민들이 창문을 열고 “‘우한, 힘내라!’고 외쳤다”며 “집단적 외침으로 연결을 찾고 서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를 봉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고발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ㅈ씨는 “정부의 봉쇄 조처로 사람들의 삶이 원자 상태가 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잃게 만들었다”며 “비밀은 수치심, 공포 그리고 (잘못된) 신화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ㅈ씨는 “최근 마스크가 없는 한 시민이 지하철에서 끌려나와 최루액을 맞았다”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통지를 보지 못했던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외출할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7일 우한의 한 청소 노동자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ㅈ씨 제공
봉쇄가 길어지며 시민 간의 적대적 관계도 목격되는 것으로 보인다. ㅈ씨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에서 고립된 누군가의 문을 봉인한 영상이 나돌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를 다루는 방법이 인간을 차단하는 일이 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배타적인 폭력을 저지르는 근원적인 원인은 우한을 통째로 봉쇄한 정부의 조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봉쇄로 인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 결합하기는 쉽지 않아졌고, 도시 전체가 심각한 분위기에 휩싸여 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를 향해 우한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달라며 “우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큐알코드를 만들어 올릴 테니 함께해달라”고 적었다. ㅈ씨는 최근 중국의 미투 운동에 참여했고, 대학과 직장에서의 성희롱·성차별 반대 운동 등을 벌여온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