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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바 수사 부서 해체설…검찰 인사·직제개편 최대 수혜자는 삼성?

등록 2020-01-19 18:56수정 2020-01-20 02:00

[삼성물산 합병·삼바 회계사기 의혹]

수사중인 반부패수사4부 해체설
법무부 “아직 확정 안돼”
장충기 전 사장 출석 않고 버티기

이재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같은 부서에서 챙겨와 차질 우려
전 금감원장 “수사 지속 방안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 인사로 삼성 수사가 망가질까 봐 제일 걱정이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특검) 핵심 관계자가 최근 법무부의 검찰 인사에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현재 흐름을 보면, 검사장급에 이어 중간간부들과 실무 검사도 교체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 합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수사가 완전히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말했다.

■ 기로에 놓인 ‘반부패수사4부’…소환에 불응한 장충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부장 이복현)가 사실상 ‘해체’될 수 있다는 예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미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들도 검찰의 소환 요청을 회피하는 등 곧 있을 검찰 인사를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진행되는 법무부의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1, 2부만 남기고 3, 4부는 각각 공직범죄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차장들과 주요 부장검사들을 교체하는 인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1년 동안 삼성 관련 수사를 해온 송경호 3차장과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 부장검사 등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직제개편과 후속 인사로 삼성 수사팀이 찢어질 수 있는 것이다.

법무부 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반부패수사4부가 맡은 삼성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반부패수사1부나 2부로 갈 수도 있고, 공직범죄형사부로 갈 수도 있다. 인사 뒤 중앙지검 검사장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당장 삼성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차장(사장)은 최근 검찰이 여러차례 소환하려 했으나 소환장조차 받지 않는 등 소극적 자세로 임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한 장 전 사장을 직접 만나 소환장을 전달했다. 한 검찰 간부는 “삼성 쪽도 최근 인사나 직제개편 등에 담긴 신호를 읽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종 윗선’ 향하던 수사 불투명해져…국정농단 재판에도 악영향

9부 능선에 다다른 삼성 수사가 이번 조처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수사 과정에서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2015년 합병 전후로 삼성 미전실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지도록 계획한 문건과 이메일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 전 사장 등 삼성 수뇌부를 조사해 ‘최종 윗선’을 밝힐 차례인데, 이 단계에서 수사팀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 검사들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이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포함시켰지만 검찰이 삼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승계 관련 증거들은 채택을 거부했다. 검사들이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는데, 이런 와중에 삼성 수사팀이 와해되면 파기환송심 결과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검찰 인사가 삼성 수사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는 특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1년째 진행 중인 어려운 사건인데, 지금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4부가 폐지 대상에 들어가 있다”며 “반부패수사4부는 형사 몇부로 바꾼다 하더라도 수사 인력은 그대로 둬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17일 성명서를 내어 “검찰 인사 결과 삼바 분식회계 담당 수사팀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검찰 인사의 의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삼성 봐주기’와 ‘이재용 부회장 구하기’의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최우리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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