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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70분짜리 광고”…〈백종원의 골목식당〉 돈가스집편, 방송법 위반 논란

등록 2020-01-16 15:29수정 2020-01-17 16:29

지난 8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지난 8일 백종원(54) 더본코리아 대표가 진행하는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포방터시장 돈가스집’이 제주도로 이전 개업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돈가스집은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시장에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각종 민원이 쏟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백 대표의 도움을 받아 제주로 이주하게 됐다. 이전 개업 전부터 가게 인근에 텐트촌이 차려지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백 대표는 “제주도를 돈가스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단위 시청률 9.9%로 동시간대 1위, 최근 10번의 방송(평균 시청률 7.4%)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도 온갖 돈가스 얘기로 뒤덮였다.

하지만 방송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방송이 방송법 73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법 73조는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를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반드시 표기하라’고 규정한다. 광고 목적이 있는 방송이라면 그 취지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반 소지가 제기되는 이유는 돈가스집의 위치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돈가스집은 백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도의 호텔 바로 옆에서 개업했다. 호텔뿐만 아니다. 백 대표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과 파스타 식당, 짬뽕 전문점, 정육식당도 있다. 그래서 일명 ‘백종원 스트리트’라고 불린다. 설령 백 대표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호텔과 주변 상점들이 자연스레 ‘낙수 효과’를 누릴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변아무개(39)씨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있는데, 공중파 방송에서 백종원 스트리트만 집중적으로 조명하니 이상했다”고 말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번 방송은 사실상 70분짜리 광고였다”며 “지상파 방송은 사적인 유튜브 채널이 아니다. 특정인의 상업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건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님 성공회대 연구원은 “그동안 조언을 무시하던 자영업자들을 혼내는 위치로 권위를 확인하던 백 대표가 이번엔 자영업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을 여과 없이 전파로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연계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로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연계 판매란 하나의 콘텐츠를 매개로 다른 상품까지 판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방송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다가 문제가 되곤 했다. 씨제이이엔엠(CJ ENM)이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방송하면서 씨제이 홈쇼핑 채널을 통해 <호텔 델루나>와 연계된 상품을 팔다가 적발돼 법정제재인 ‘주의’ 징계를 받았다.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백 대표는 소상공인을 도와준다는 명분이 있고 프로그램에서 이미지도 선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주변 상황까지 고려해서 본다면 사실상 백종원을 위한 광고로 여겨지고 결과적으로 백 대표의 다른 사업적 이익이 도모될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며 “해당 방송에 대해 ‘연계 판매’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책임피디는 이에 대해 “오해가 있다. 해당 돈가스집이 이전을 결심한 뒤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상가 건물에서 오라고 했지만, 어딜 가더라도 주민들 거주지 인근이면 계속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백 대표의 제안으로 주변 주민들이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라며 “돈가스집처럼 정직한 맛을 추구하는 이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사회적 정의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 피디는 이어 “백 대표의 호텔은 방송 전부터 이미 연간 이용률이 97%이고, 다른 가게들도 다 잘 되는 곳이다. 되레 호텔 이용객들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민원을 하고 있다”며 “낙수 효과를 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고 백 대표의 순수한 선의이며 선한 의지”라고 덧붙였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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