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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사장 아들 갑질은 어디에 신고하나요?”

등록 2020-01-15 16:00수정 2020-01-15 16:10

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 5대 긴급과제 발표
직장 갑질. 게티이미지 뱅크
직장 갑질. 게티이미지 뱅크

“엄마가 아파서 퇴근 뒤 병원에 가려는데 회사 간부인 대표 아들이 ‘너네 엄마지, 우리 엄마도 아닌데 그 얘기를 왜 하느냐’고 버럭 화를 냈습니다.”

서울 시내 작은 회사에 다니는 김아무개씨는 회사의 간부인 대표 아들 때문에 퇴사를 고심하고 있다. 대표 아들은 김씨의 업무 관련 의견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화가 나면 아예 휴대전화를 집어 던진다. ‘여직원은 자리 비우지 마라’, ‘히터 틀지 마라’와 같은 부당한 지시는 물론이고 컴퓨터에 여직원이 일하고 있는 장면을 찍고 있는 시시티브이(CCTV)를 띄워 놓거나, 퇴근 뒤에는 개인 서랍을 뒤지기까지 한다. 김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갑질 신고를 하고 싶지만, 신고할 데가 마땅치 않다. 법에 따라 신고를 받아야 하는 사용자가 바로 문제를 일으킨 이의 아버지인 회사 대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을 맞아 법 시행 이후 신원이 확인된 제보 1320건을 분석한 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5대 긴급 과제를 발표했다. 5대 긴급 과제는 ①사용자와 친인척 갑질을 회사 말고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 ②조사해태, 늑장처리, 보복 역시 회사 말고 노동부에 신고 ③원청회사 갑질도 회사 말고 노동부에 신고 ④4인 이하 사업장 신고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⑤노동부 개혁(인식 전환, 처리 기한 대폭 축소, 인정 기준 확대) 등이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를 분석한 결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와 아예 신고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4인 이하 사업장의 문제였다. 제보자들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용기를 내어 직장 갑질을 신고해도 가해자가 문제 해결 주체가 되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다. 사용자의 친인척이나 동업 관계 등 특수 관계인이 괴롭힘 행위자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접수된 제보 사례를 보면, 이럴 경우 사용자들은 조사를 게을리하거나 제보자 보호 조처를 취하지 않아 신고자를 2차 피해 상황으로 내몰았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친인척의 갑질을 회사가 아닌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조사 해태나 늑장처리 보복 같은 문제도 노동부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신고라도 할 수 있으면 사정이 나았다. 4인 이하 사업장은 신고도 할 수 없었다.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4인 이하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최아무개씨는 최근 시설장으로부터 사무실 일을 밖으로 알리면 “모가지를 짜른다”는 폭언을 들었다. 왜 그러냐고 되묻자 “이런 X같은 X야. 다른 직원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말대꾸야!“라는 욕설을 들어 아직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이런 괴롭힘에도 노동부에서조차 구제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76조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신고를 할 수도 없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금지법이 가장 필요한 곳이 4인 이하 사업장인데, 대한민국 법과 정부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동부가 직장 갑질을 직접 신고받고 조처하도록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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