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의 부장검사가 검찰 인사와 관련해 ‘특정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은 13일 오전 검찰 내부 게시망인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과장은 “1월8일자 검사 인사내용은 충격이었다.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정 과장은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중앙지검 1~4차장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 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하신다면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며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하고 추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핵심 참모들을 대규모 전보하는 좌천성 인사를 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을 지휘하는 이들로,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과장은 추 장관이 인사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정 과장은 “(지난 8일)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 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게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법무부는 법무부 검찰국에서 만든 인사안을 검찰총장에게 보여주고 협의해 온 관례를 따르지 않고, 검찰총장에게 인사안을 보여주지 않은 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려다 검찰이 이를 반대해 결국 의견수렴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8일 저녁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과장은 이와 관련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 1항의 내용을 언급했다.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단을 만들 때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한 특별지시와 관련해서는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 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 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며 “‘특별수사단 사전 승인’을 법제화하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관련 심의기구를 만들고 그 심의기구의 2/3 동의를 얻어서만 불승인을 할 수 있다는 등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부부장과 창원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방위사업수사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대검 감찰2과장에 부임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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