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이번 검찰 간부(대검 검사급 이상) 인사는 지난해 7월 인사를 스스로 뒤엎고 부정하는 의미를 가진다. 같은 정부에서 불과 6개월 만에 검사장 인사를 다시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에선 “지난해 인사의 무리수를 자인한 것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26일, 검찰 간부 39명을 움직이는 대규모 인사를 했다. 전임 문무일 총장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인사 때 36명보다 규모가 컸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년 아래인 윤 총장을 후임으로 지명하자 그 사이에 낀 기수가 대거 옷을 벗으면서다. 당시 인사안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경질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 총장의 사전 조율을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흔히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과 전면 배치로 요약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총장과 호흡을 맞췄거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에 걸친 ‘적폐 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포진했다. 특히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윤 총장의 직속 참모로 선택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특수통인데도 공안 업무를 총괄하게 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대표적인 얼굴로 꼽혔다.
이어진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윤 사단’에 속한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3·2·1차장, 특수부장 등 주요 보직을 ‘독식’하자 여러 우려가 나왔다. 특수통 중에서도 특정인(윤 총장)을 따르는 검사들만 중용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검에는 윤 총장과 다른 의견을 낼 사람이 안 보인다”는 평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조국 일가, 유재수 감찰 중단,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을 수사하며 자신들을 겨누자 생각이 달라졌다.
검찰의 조국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0월14일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으나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이번 인사에 대한 ‘예고’였던 셈이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을 위해 무리한 인사를 했다가 칼을 거꾸로 잡으니 다 쳐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정권 입장에선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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