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인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강하게 충돌했다.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는 8일까지 대검찰청에 인사 명단을 보내지 않은 채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고, 대검은 인사 명단을 보지 않고는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맞섰다. 양쪽 신뢰가 약한 상황에서, 법무부가 검찰 인사 하루이틀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기존 관례를 어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인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번갈아 두 차례씩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갈등했다.
법무부와 검찰 쪽 얘기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날 오전 9시반께 대검에 연락해 “오전 10시반까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청사로 오라. 추미애 장관이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오전 11시 검찰 인사를 심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는데, 이를 30분 앞두고 검찰총장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를 거부했다. 대검은 “검찰인사위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별개로 대검에 ‘오늘 오후 4시까지 인사에 대한 대검의 의견을 달라’는 취지의 업무연락도 보냈다. 대검은 이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인사 명단을 보지 못한 채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건네받아 대검이 보유한 객관적 자료 등을 기초로 충실히 검토한 후 인사 의견을 개진해 온 전례 등을 존중해 먼저 법부무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며 “법무부는 현재까지 대검에 인사안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결국 이날 인사안을 대검에 건네지 않았다.
법무부는 검사 인사안이 보안을 요구하고 대검이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기를 원해 이날 오전 검찰총장을 불렀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검사 인사안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외에는 보안을 요하는 자료인 점, 법무부 장관을 직접 대면하여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것이 대검의 요청이었던 점,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검사 인사안을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법무부 장관이 8일 전향적으로 검찰총장과 직접 대면하여 검찰총장의 인사 관련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부의 이런 요구를 윤 총장의 의견청취 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고 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 법무부는 이날 “법무부 장관은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만난 지난 7일에도 양쪽은 검찰 인사안을 놓고 갈등했다. 대검은 “지난 7일 오후 4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만난 직후 법무부가 ‘검찰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8일 오전까지 법무부에 보고해달라’고 했다”며 “당시 법무부는 인사안이 마련된 것이 없다고 했는데, 저녁 7시반께 다시 연락이 와 ‘인사안이 있으니 내일(8일) 오전까지 검찰과정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대검은 또 법무부가 이날 밤 9시에야 이튿날 검찰인사위 개최 사실을 대검에 알렸다며 법무부의 오락가락한 태도와 비밀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날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로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많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데, 법무부가 이 과정을 단순 ‘의견 청취’ 형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법무부 검찰국이 짠 인사 명단을 보고 검찰과 의견을 나눴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법무부가 인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검찰에 의견을 달라고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 인사를 일부러 감추듯 진행해 이런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며 “법무부가 검찰이 반발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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