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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애인단체, 서울노동청 이틀째 점거…“실적 강요하는 일자리 정책 개선을”

등록 2020-01-02 15:46수정 2020-01-02 16:49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점거농성
“동료 중증장애인 돕던 고 설요한씨 세상 등져…고용노동부가 실적 압박”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고용노동청 5층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장연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며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고용노동청 5층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장연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며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1층과 5층 복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 40여명이 새해 첫날부터 이틀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과만을 중심으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개 사과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이들이 점거 농성에 나선 건 한 중증장애인 활동가의 죽음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오후 1시께, 전남 여수에서 중증장애인 활동가 설요한(24)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설씨는 장애인 당사자인 동시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동료지원가로 선정돼 활동해왔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상대로 같은 중증장애인인 동료지원가가 상담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취업지원을 하는 업무다. 설씨가 일한 곳은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으로, 이곳은 설씨가 대학 졸업 뒤 얻은 첫 직장이었다.

문제는 실적 압박이었다.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가 한 해 동안 만나야 하는 중증장애인의 수와 상담 횟수를 정해놨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급여를 회수해 갔다. 전장연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설씨 등 중증장애인에게 실현 불가능한 업무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설명을 보면, 고용노동부는 위탁기관과 연계해 뇌병변 장애나 발달장애 등을 가진 중증장애인을 동료지원가로 채용하고, 2019년 기준 연 48명의 중증장애인 참여자와 상담 및 자조활동 등을 진행하도록 했다. 참여자 1명당 5회씩 면담이 기준이다. 동료지원가는 월 60시간 일하고 65만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연말 실적 정산을 통해 동료지원가가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급여로 나간 예산 일부를 위탁기관에서 회수한다. 전장연은 “최중증인 뇌병변 장애인 동료지원가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와 상담일지 등을 작성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요구하는 실적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실제 설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씨는 센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조현수 전장연 정책실장은 “설씨 역시 지난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 초 실적 관련 서류를 준비하며 위탁기관이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압박을 받았다”며 “위탁기관에 미안함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의 속도에 맞는 직무 기준과 직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기존의 고정화된 일자리와 노동 능력, 성과와 실적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은 일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며 “이런 기준을 이동시키지 않으면 중증장애인은 기생적인 존재나 일할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추락해버린다”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도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이나 권리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등을 중심으로 직무를 짜면 중증장애인이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예산지원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지급이 아닌 수당 지급 방식으로 사업이 설계됐다. 안정적 임금 지급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일단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했다”며 “올해도 수당 환수는 불가피하겠지만 부담 완화를 위해 상담 횟수와 인원을 절반 이하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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