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0일 저녁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검찰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대검찰청은 이날 저녁 “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공수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 달리 공식 반응을 자제한 것이다.
대외적 침묵과 달리, 검찰은 ‘독소조항’으로 규정한 ‘수사 착수 때부터 공수처 통보 조항’(24조2항)이 그대로 통과된 데 대해 우려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수처가) 빅브러더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의 고·스톱을 정하고, 뭉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에도 대검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24조 제2항에 대해 “검찰 쪽하고도 얘기가 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입장을 내어 “4+1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과 관련하여 검찰에 알려 오거나 검찰의 의견을 청취 또는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런 독소조항은 공수처를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이 검찰과 ‘사전협의’나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대검은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의 자료제출 요청에 따라 이에 대한 수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사전 보고’ 조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조항으로 인해 수사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수사 정보가 유출되고, 수사 중립성 훼손, 사건 암장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공수처 도입이 검찰 수사를 견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신공으로 수사와 감찰을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거나, 상급자가 직권을 남용해 하급 주임검사의 수사와 감찰을 막을 경우,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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