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참고인들을 연달아 소환하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김기현(자유한국당) 전 울산시장을 30분 간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철호(민주당) 현 울산시장의 당내·외 경쟁 상대로,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날 각각 세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쓴 수첩에 임 전 최고위원을 경선에서 배제하자는 내용과 ‘BH’(청와대) 등이 적힌 것에 주목해,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단수 공천에 관여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병기 수첩에 그렇게 (임동호 고립 전략이) 기재돼 있는 것 같다”며 “경선 준비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송병기한테)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동호 고립에) 청와대 의중은 있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전 청와대로부터 경선 불출마 대가로 ‘자리 제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임동호 경선 배제 기획’ 내용에 민주당 중앙당과 관련한 내용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 쪽은 경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자서전에 당내 ‘정치 브로커’ 문제를 언급했다가 지난달 민주당에서 제명됐는데, 이날 재심을 통해 ‘당직 자격정지’ 처분으로 경감됐다. 이에 임 전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 출마가 가능하게 됐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임동호 배제 논의’ 진위를 묻기 위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려 했으나 불발됐다.
김 전 시장도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이 사건은) 개인 차원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선거 테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에게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그의 측근과 가족에 대해 벌인 수사를 두고 ‘하명수사’로 볼 근거가 있는지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17년 12월 말 청와대로부터 이첩된 첩보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에 대해 수사했다. 김 전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에 뒤져 낙선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지난 28일 소환했다.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1일 열린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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