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단체인 ‘전쟁없는 세상’이 개발한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광장에서 국회까지’. 전쟁없는 세상 제공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길이 끌릴 ‘보드게임’이 나왔다. 평화운동단체인 ‘전쟁없는 세상’은 최근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광장에서 국회까지’를(세상을 바꾸다) 개발해 출시했다.
‘세상을 바꾸다’는 사회운동이 실제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드게임이다. 실제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60종류 이상의 구체적 행동 카드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한국 상황에 걸맞은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삽입해 현실감을 돋운다. 게임 도중 이벤트 카드로 ‘손배가압류’가 나오면 참가자는 자원을 잃는다. 파업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기업과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뜻한다. ‘단체 20주년 행사’ 카드는 자원과 행동력을 높여주지만, 인력을 잃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큰 행사를 진행하다 지쳐 심신이 피폐해지고 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단식 투쟁’ 행동을 선택하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총파업’을 하면 다 함께 팔뚝질을 해야 하는 등의 구체적인 규칙들도 정해져 있다.
‘세상을 바꾸다’는 미국의 사회운동가인 빌 모이어의 ‘운동의 설계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사회운동 시뮬레이터 보드게임이다. 이 이론은 사회운동을 ‘조건 성숙→활동 착수→여론 획득→투쟁 지속’ 등 모두 8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다른 특성의 일을 해야 하고 달성해야 할 과업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참여하는 이들의 역할도 자신이 시민인지 행동가인지 개혁가인지에 따라 다르다.
평화운동단체인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들이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광장에서 국회까지’를 하고 있다. 전쟁없는 세상 제공
예를 들면, ‘대규모 집회’는 7~8단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운동이 무르익지 않은 1~2단계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진보정당이 집권하거나 우호적인 언론 보도와 같은 이벤트는 ‘행동’의 성공률을 높인다. 하지만 극우정당이 정권을 잡거나 조직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거나 성폭력이 발생하면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그러면 사회 변화가 후퇴할 수 있다. 게임 참가자들은 이런 조건들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계마다 성공과 실패가 있으며,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전진하지만 실패하거나 시도를 하지 않으면 운동은 후퇴하기도 한다.
보드게임만으로 사회운동의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기엔 충분하다. ‘세상을 바꾸다’를 만드는데 참여한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 이주민 노동허가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와 같은 구체적인 과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