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노동자가 다수 노동조합이 아닌 소수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유니온숍’ 협정을 근거로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유니온숍 협정은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통해 특정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특정 노조원 자격을 상실한 노동자를 해고하기로 한 협정이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조를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고, 소수 노조의 단결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금남여객운수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고 낸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회사 직원인 이아무개씨 등 3명은 2017년 입사 후 다수 노조인 ‘제주지역자동차노동조합’(제주자동차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소수 노조인 ‘전국운수산업 민주버스노동조합’(민주버스노조)에 가입했다. 회사는 ’채용과 동시에 제주자동차노조 조합원이 되고, 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면직시킨다’는 취지의 유니온숍 협정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회사는 유니온숍 협정을 근거로 이씨 등을 해고했고, 이씨 등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명령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고, 회사 쪽은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의 판단을 물었다. 이에 1심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봤고, 2심은 부당해고라고 봤다.
상고심에서는 신규 입사 뒤 다수 노조에 대한 가입·탈퇴없이 곧바로 소수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도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이 미치는지가 쟁점이 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 가입을 조건으로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3분의 2 이상 노동자를 대표하는 다수 노조는 그 노조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 유니온숍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된 경우에도 다수 노조에서 제명되거나 탈퇴해서 새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심과 고용부는 법 조항을 그대로 해석해 유니온숍 협정을 체결한 경우 다수 노조에 가입하거나 탈퇴하지 않고 소수 노조에 가입했다면 해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을 문헌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잘못됐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며 “소수 노조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근로자의 노조 선택의 자유와 소수 노조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협정의 효력은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만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수 노조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설령 지배적 노조에 대한 가입·탈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유니온숍 협정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가 억제돼 근로자와 소수 노조의 단결권이 보장되고 근로자의 고용 보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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