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소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참고인을 소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받아냈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묵된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6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3일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의 중·고등학교 후배인 이씨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파이시티 사업)의 시행사 이아무개 대표에게 ‘최시중을 통해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접근해 이 대표로부터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이 사업의 인허가 청탁 비용 명목으로 5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될 돈을 자유롭게 처분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심은 징역 1년6월, 추징금 4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7년 12월 대선 이후 이씨가 최 전 위원장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로비 명목으로 4억원을 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유죄 판결이 나온 데에는 이 대표가 법정에 나와 한 증언이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이었다. 단, 같은 취지의 답변을 한 이 대표의 5번째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5번째 검찰 진술조서는 항소심 공판 기일이 열리기 하루 전에 작성됐다.
상고심은 이씨가 시행사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받은 것인지, 독자적인 로비 명목으로 받은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그런데 이 사실을 판단하려면 이 대표의 5번째 검찰 진술조서와 법정 증언을 증거로 볼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5번째 검찰진술조서와 법정 증언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1심 무죄가 선고된 후 검사가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소환해 일방적으로 검찰진술조서를 작성했다”며 5번째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 대표의 법정 진술이 4번째 검찰 신문조서나 이씨의 검찰 자백 진술과 모순된다며 “이 대표가 법정 진술 전 수사기관의 영향을 받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맞추기 위해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 판결은 정경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송인권 재판장이 최근 공판준비기일에서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의 의의에 대해 “1심 무죄판결 이후 수사기관이 항소심 증언 예정자의 참고인 진술 조서에 관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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